“인생의 아름다움을 노래하라”
삶의 성찰로 ‘일상이 주는 소중함’ 재밌게 묘사
화가 김점선씨 꽃 삽화, 글 향기 부드러움 더해
소설가 최인호(베드로 .62)씨가 지난 10년 간 각종 지면에 발표해온 짤막짤막한 글들을 모아 새 책을 냈다. 저자에 따르면 ‘어쩌면 짧은 소설집이라고 해도 무방할’ 산문집이다.
책의 제목 ‘꽃밭’(최인호 글/김점선 그림/열림원/352쪽/1만2000원)은 조선 세종조의 유학자 최한경이 지은 아름다운 연시 “꽃밭에 앉아서 꽃잎을 보네. 고운 빛은 어디에서 왔을까. 아름다운 꽃이여…”란 구절에서 빌려왔다. 최씨는 지난 세월 인기 작가로서 세상의 주목을 받으며 살아오는 동안 미처 깨닫지 못했던 일상, 가족, 주변 사람들에 대한 소중함을 담은 49편의 글로 ‘꽃밭’을 가꿨다.
어느덧 환갑을 넘긴 그는 ‘나의 소중한 금생’에서 “나는 도대체 어떻게 살아왔단 말인가. 수염을 깎는 매우 사소한 일상사마저도 나는 제대로 그 방법을 모른 채 그저 하루하루 떠밀리듯 살아왔음이 아닐 것인가”라고 탄식하며 삶의 소중함을 되새긴다. 평생을 함께 해온 아내가 새삼 고맙기도 하다. 그는 ‘아내의 충고’에서 “아내가 침을 놓으면 처음에는 통증이 있고 화도 나지만 그 고통 속에서 나는 치유된다”며 “침을 놓을 때라도 제발 아프지 않게 살살 놓아주셨으면 하는 것이다. 아이고, 사람 살려. 마님”이라고 적었다.
젊은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도 많다. 45년을 작가로 살아온 저자는 ‘오늘이 바로 영원이다’에서 “지나치게 현실적인 계산과 현세적인 쾌락에 의해 노틀담 사원 종탑에 갇힌 카지모도처럼 꼽추로 살아가지 않기를 바란다”고 당부한다.
이밖에도 “따지고 보면 우리들의 인생이란 신이 내려준 정원에 심은 찬란한 꽃들이 아니겠는가”(‘책머리에’ 중)라며 생의 아름다움을 노래하고, “문학은 독일의 작가 밀란 쿤데라가 쓴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과 같은 가벼운 유희의 오락거리로 추락했다”(‘문학의 위기’ 중)며 근심하기도 한다. 인생의 성찰을 담은 자기 고백을 절대 무겁지 않게, 오히려 은근한 재미를 더해 진솔하게 풀어가는 최인호 특유의 글맛과 필력은 여전하다.
최인호가 꾸민 꽃밭에 씨를 뿌리고 물을 주고 색색의 아름다운 꽃들을 피워낸 이는 화가 김점선(61)씨다. 최씨가 ‘오누이같은 육친의 정을 느낀다’고 치켜세운 김화백은 최인호의 산문에 그림으로 화답했다.
책 사이사이의 꽃그림 삽화는 김씨가 항암치료를 받는 고통 속에서 탄생시킨 신작들. 물감과 붓 대신 색연필과 볼펜으로 그려진 삽화들은 책을 더욱 따뜻하게 만들어 준다. 김씨는 ‘그린이의 말’에서 몸이 아프면서 오히려 생명의 아름다움을 느꼈다고 고백했다.
9월의 끝자락, 우리 곁에 성큼 다가온 이 가을에 ‘사랑하는 ○○○에게’라고 적어 누군가에게 선물하고픈 책이다.
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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