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 속 신앙생활 실감나게 다뤄
9월 ‘순교자 성월’을 맞아 고 윤의병(바오로·1889~?) 신부의 소설 ‘은화(隱花)’(상하권/한국교회사연구소/각 8000원)의 제5판이 새롭게 출간됐다. ‘은화’는 ‘숨은 꽃’이라는 뜻.
1939년 1월부터 1950년 6월까지 10여 년 동안 ‘경향잡지’에 연재됐던 이 작품은 충북 진천의 배티성지와 용진골 일대를 무대로 혹독한 박해의 소용돌이 속을 헤쳐 가는 한 부부의 신앙생활을 그린 군난소설이다.
소설의 형식을 빌었지만 읽을수록 사실처럼 느껴지는 까닭은 저자의 힘 때문이다. 자신이 순교자의 후손인 윤신부는 이 작품을 위해 박해시대를 체험한 노인들을 직접 만나 취재하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결국 이 작품은 한국전쟁이 발발하면서 미완인 채로 중단됐지만, 박해시대 당시의 분위기와 풍속, 교우촌 신자들의 신앙생활을 실감나게 보여준다는 점에서 오늘날 교회사적뿐만 아니라 한국사적인 의의도 각별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특정 성인을 주제로 삼지는 않았지만 지금까지 이 작품만큼이나 오랫동안 신자들에게 사랑을 받고 또 그만큼 신자들의 가슴에 깊이 남아 있는 순교소설은 없었다. 또 교회 출판계에서는 물론 순교 소설이 드문 일반 출판계에서도 이 책은 지난 세월 꾸준히 스테디셀러의 자리를 지켜왔다.
이번에 선보인 제5판은 특히 산뜻한 표지 디자인과 깔끔한 편집이 더욱 돋보인다. 또한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자 주석을 더했다. 책을 만든 한국교회사연구소 측의 땀과 정성이 느껴진다.
경기도 안성 출생인 윤의병 신부는 1903년 용산 예수성심신학교에 입학, 1920년 서울 명동성당에서 뮈텔 주교로부터 사제품을 받았다. 이후 장호원본당 보좌를 거쳐 충북 괴산 고마리본당·경기도 고양 행주본당, 황해도 은율본당 주임을 역임했다. 윤신부는 1950년 6월 24일 북한 정치보위부원들에게 체포 연행된 이후 행방불명 됐고, 그의 행적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알려진 바가 없다.
※구입 문의 02-756-1691 한국교회사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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