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묵상에서 퍼올린 ‘사랑의 말…’
강론 축사 방송원고 등 2권에 엮어
선종 3개월 전 직접 쓴 ‘서문’ 감동
“몇달 전, 병원의 주치의로부터 주변을 정리하는 것이 좋겠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의 삶을 다시 한번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중략) 그런 성찰의 과정에서 내 삶에 도움을 준 사람들이 참 많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그분들에 대한 감사의 정을 표하는 것이 정리의 마무리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6월 1일 선종한 전 부산교구장 정명조(아우구스티노) 주교의 유고집 ‘그대로 이루어지소서’(도서출판 지평/680쪽/비매품)가 나왔다. 유고집 제목은 정주교의 사제, 주교수품 사목모토 성구(聖句)를 따랐다.
유고집은 모두 두 권. 상권(335쪽)은 정주교가 부산교구장 재임 동안 한 미사강론을 ‘부르심에 응답하는 삶’ ‘신앙인의 모범이신 성모님’ ‘복음을 실천하는 삶’ ‘여러분이 미래입니다’ 등 7개의 큰 주제에 담았다. 하권(345쪽)은 축사와 강의, 방송원고 등을 따로 모았다.
정주교의 유고집은 이미 선종 당시 정주교가 직접 쓴 서문이 공개되면서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었다(본지 6월 10일자 10면 전문 게재). 이 서문은 정주교가 생전에 이승에 남긴 마지막 메시지라는 점에서 읽는 이들에게 깊은 감동을 안겼다.
생전에 강론 잘하기로, 또 명 피정강사로 소문난 정주교의 글은 남다른 감동을 준다. 늘 가난한 이들, 소외된 이들 곁에 있고자 했던 정주교의 소박하면서도 세심한 배려가 곳곳에 묻어난다. 딱딱하고 어려운 주제들을 쉽게, 그리고 감동적으로 풀어내는 그의 강론은 체험과 삶에서 우러나오는 진심어린 울림으로 다가온다.
김수환 추기경은 추모글에서 “정주교님의 강론이 참으로 좋았다면 그것은 기도와 묵상, 일상의 삶 속에서 피가 되고 살이 된 하느님의 말씀이 마음에서 우러나왔기 때문일 것”이라고 밝혔다.
“나는 투병중의 고통과 아픔을 우리 신부님들과 수녀님들을 위해서 봉헌하면서, 이분들이 모두 훌륭한 사제요 수도자로서의 삶을 사는데 부족함이 없기를 간절히 기도하였습니다.”
서문에서 밝혔듯이 정주교는 그를 기억하는 모든 이들에게, 특별히 “뜨겁게 솟구치는 형제애”를 느끼는 동료 사제들과 수도자들에게 너무도 큰 사랑을 남기고 갔다.
환하게 웃는 모습도, 쩌렁쩌렁하게 울리던 강론 목소리도, 이제 다시는 보고 들을 수 없지만, 그가 남긴 유고집을 통해 정주교의 맑은 정신과 거룩한 삶은 우리 가운데 언제나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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