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교우 향한 뜨거운 사랑 영원하리…
개포동본당 ‘브뤼기에르 주교 서한집’ 내
중국서 선종하기까지 11년 간 편지 담아
약전, 송별기, 교황 칙서 등 고문서도 수록
‘저 여기 대령했사오니 저를 보내 주십시오. 주님의 선교사가 되겠습니다. 저는 지상의 영광보다 훨씬 더 큰 것을 추구하겠습니다. …(중략) 저는 주님의 사제로서 주님의 선교사, 주님의 사도로 살겠습니다.’ (‘송별기’ 중에서)
한국 천주교회의 초석(礎石)을 놓은 브뤼기에르 주교(1792~1835, 파리외방전교회)의 삶과 신앙을 살펴보는 책 ‘브뤼기에르 주교 서한집’(가톨릭출판사/400쪽/1만2000원)이 나왔다.
‘서한집’은 서울 개포동본당(주임 염수의 신부) 브뤼기에르 주교 현양위원회(위원장 송봉자)가 본당 설립 20주년을 기념해 현양사업을 펼치면서 수집한 서한과 약전, 송별기 등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
고문서의 번역은 정양모 신부(프랑스어)와 윤종국 신부(라틴어)가 맡았으며, 양업교회사연구소 차기진 박사가 감수했다. 특히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추기경도 라틴어 문서 두 부분을 따로 번역하는 등 깊은 관심을 보였다.
서한집은 브뤼기에르 주교가 1825년 고향을 떠날 때 부모에게 올린 고별 서한부터 1835년 중국 마찌아즈(馬架子)에서 선종할 때까지 주교가 생전에 주고받은 편지 56편을 담고 있다.
서한집은 각 서한에 대한 설명을 담은 해제를 싣고 있어 누구라도 쉽게 읽을 수 있으며, 편지 곳곳에는 브뤼기에르 주교의 조선 교우들을 향한 뜨거운 사랑과 선교 소명, 외국인 선교사들의 험난한 역정이 생생하게 묻어난다.
또 부록으로 브뤼기에르 주교의 ‘약전’과 ‘송별기’를 비롯해 교황 그레고리오 16세의 조선교구 설정과 브뤼기에르 신부의 초대교구장 주교 임명에 관한 칙서 등 일반 신자들은 접하기 힘든 교회의 고문서 사본도 함께 실렸다.
책머리에는 브뤼기에르 주교의 프랑스 레삭 생가 및 선교지 말레이시아 페낭, 중국 시완쯔 지역의 사진이 화보로 실렸다. 현양위원회의 현지 답사 및 순례 활동 등을 담은 생생한 사진도 곁들여졌다.
이번에 나온 ‘서한집’은 브뤼기에르 주교 전기 자료집의 제1집 격이다. 가톨릭출판사는 ‘서한집’에 이어 제2집 ‘브뤼기에르 주교 여행기’, 제3집 ‘브뤼기에르 주교 이장기와 현양 사업’, 제4집 ‘서한 여행기 이장기 원문’ 등을 잇따라 펴낼 계획이다.
정진석 추기경은 추천사에서 “이 자료집은 누구에게나 브뤼기에르 주교님의 신앙 행적을 이해하고, 이를 자기 신앙의 모범으로 삼는 길잡이가 될 것”이라며 “특히 개포동본당 공동체의 현양 운동이 더 큰 공경사업으로 이어져 좋은 결실을 맺기 바란다”고 말했다.
1792년 프랑스 출생인 브뤼기에르 주교는 1815년 사제품을 받고, 1825년 파리외방전교회에 입회했다.
1829년 태국 방콕에서 주교품을 받고, 2년 뒤 교황 그레고리오 16세에 의해 초대 조선대목구장에 임명됐다.
이후 중국대륙을 횡단하며 조선 입국을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였지만 끝내 조선 땅을 밟지 못한 채 1835년 중국 시완쯔(西灣子)에서 43세의 일기로 선종했다. 그의 유해는 모방 신부에 의해 현지에 묻혔다가 1931년 조선교구 설정 100주년을 맞아 한국으로 옮겨와 서울 용산성당 성직자 묘역에 안장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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