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제의 이루지 못한 30년 꿈"
원본 찾아 30년 노력“남은 생애동안 반드시…”
벌써 30년이다. 한국교회사의 모퉁이 돌을 놓은 최석우 몬시뇰(84)이 다블뤼 주교(1818~1866, 파리 외방전교회)의 비망기를 찾아 나선 것이 1977년. 하지만 아직도 비망기 원본은 발견되지 않고 있다.
최몬시뇰은 최근 가톨릭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남은 생애 동안 반드시 그 비망기를 찾아야 한다”며 30년 꿈에 대한 강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최몬시뇰이 비망기 원본을 찾아나선 것은 달레의 ‘한국 천주교회사’(조선교회사, 1872년)를 번역하면서부터 였다. 달레의 ‘한국 천주교회사’가 다블뤼 주교의 비망기를 바탕으로 쓰여졌기 때문이다.
원본을 보지 않고는, 2차 사료인 달레의 한국교회사에 대한 신뢰가 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최몬시뇰은 1978년 파리의 외방전교회로 간다. 하지만 외방전교회 고문서고에는 원본이 없었다. 어렵게 로마 대표부에서 필사 복사본 두 권을 발견할 수 있었을 뿐이다. 문제는 필사 복사본이 원본을 옮기는 과정에서 당시 한국문화 및 지명 등에 대해 오류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최 몬시뇰은 어쩔 수 없이 이 복사본을 바탕으로 달레의 교회사를 1979년부터 1980년까지 3권으로 간행했다.
이후에도 최몬시뇰은 비망기 원본 찾기 노력은 계속됐다. 성과가 하나 둘 나타나기 시작했다. 원본이 1925년 79위 시복식을 앞두고 막바지 심사에서 요긴하게 사용 됐다는 문서를 발견했고, 동시에 원본이 파리 외방전교회 고문서고에 소장되어 있었던 사실도 밝혀냈다.
그래서 최몬시뇰은 이후 수차례에 걸쳐 원본에 대한 소재 파악을 호소하는 편지를 파리외방전교회에 보냈다. 하지만 파리외방전교회 측은 최 몬시뇰에게 “찾을 수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몬시뇰은 “시복시성을 추진하는 한국교회는 특히 다블뤼 주교의 비망기 원본을 필요로 하는 실정”이라며 “만약 비망기 원본을 못찾고 그 사본인 달레 교회사만 의존한다면 증거 자료로서의 가치가 감소될 것은 뻔한 일”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최몬시뇰은 최근 교황에게 한국가톨릭대사전을 봉정하기 위해 로마를 방문한 여정에서 시간을 내 또다시 파리 외방전교회를 찾았다. 그러나 여전히 원본은 찾을 수 없었다. 그리고 통한의 심정을 쪽지에 써내려 갔다. 최 몬시뇰은 지난 9월18일 쓴 그 쪽지를 보여줬다.
“난 다블뤼 주교의 조선 순교자 역사 비망기 원문을 다시 간절히 요청했다. 당연히 이 자료는 존재했다. 그러나 현재는 찾을 수 없다고 말한다.
난 이 자료가 외방전교회에 있다는 것을 확신한다. 그런데 이들은 한국에 있는 것이 아니냐고 진담 반 농담 반으로 질문까지 내게 던진다. 과거 유산은 하나하나 사라져 가고 있는데도 책임지는 사람 하나 없다.”
▧ 다블뤼 주교는
1841년에 신부가 되었고 파리 외방전교회 소속으로 마카오를 거쳐 상하이에 도착했다가 1846년 조선에 들어왔다. 이후 조선에 20여 년 간 거주하면서 선교에 힘썼으며 우리나라의 언어·풍속을 연구하면서 ‘한중불사전’ 편찬에도 관여했다. 그는 한국의 초기 천주교 전래와 박해에 대한 자료들을 광범하게 모아 1862년 파리로 보냈는데 이는 뒤에 달레가 지은 ‘조선교회사‘의 바탕이 되었다. 1857년 베르뇌 주교가 조선교구 4대 교구장으로 부임하자 그를 보좌하면서 왕궁까지 천주교를 전파했다. 흥선대원군이 1866년 병인박해를 일으키자 베르뇌 주교 등과 함께 체포되었다. 베르뇌 주교가 3월 살해된 후 조선교구 5대 교구장이 되었지만 20여 일 만에 죽임을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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