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은 악당을 필요로 하신다?
역사상 최고의 악당은? 사람들마다 견해가 다르겠지만 아마도 유다가 아닐까. 예수님을 배신한 유다는 그리스도인들에게는 최고의 악당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악당들 역시 하느님의 구원의 섭리 안에서는 그 몫과 역할을 갖고 있다. 인간의 논리로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지만, 악행을 일삼는 성경 속의 조연들 역시 분명히 하느님의 섭리 안에 놓여져 있는 것이다.
〈성서의 악당들 1〉이라는 책으로 성경 속 인물들을 바라보는 흥미로운 시선을 소개한 바 있는 밥 하트만의 또 하나의 성경 속 악당 이야기 〈성경 속 빛나는 조연들〉(바오로딸)이 출간됐다.
10명의 악당을 다룬 전작에서 등장한 인물 7명이, 모두 15명을 다룬 이번 책에도 그대로 등장해서 조금 중복되는 감도 있지만 3명의 악당이 빠지고 새로 8명의 조연이 출연한 탓에 여전히 책읽기가 흥미롭다. 전작이 주로 본격적인 악당을 다뤘다면, 이번 책에서는 악당들과 함께 부정적인 모습을 보였던 성인들의 일화도 함께 엮었다.
일단 책은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재미난 삽화에 간결하고 동화 같은 이야기 전개가 우선 어린이들에게 흥미를 자아낼 수 있을 듯하다. 특히 좋은 이야기, 착한 사람들의 이야기에 물린 아이들에게는 악동 같은 주인공들을 통해 오히려 선하신 하느님을 더 민감하게 느낄 수 있을 듯하다.
인물들의 면면을 보면, 우선 완고한 독재자 파라오가 있고 비정한 살인자 다윗과 도망자 요나, 하와를 유혹한 뱀에 약삭 빠른 사기꾼 야곱도 나온다. 골리앗은 작은 것을 싫어한 싸움꾼이었고 하만은 극도의 소인배였으며, 욕심많은 세리 자캐오나 비겁한 정치가 빌라도에 대해서는 이미 잘 알고 있다.
베드로 사도도 한때는 겁쟁이였고, 허영많은 마술사 시몬, 광신자 바오로에 대한 서술도 재미나다. 그리고 이미 언급한 배반자 유다와 광야의 유혹자, 멍청한 도둑의 이야기도 있다.
저자가 악당들의 이야기를 풀어나간 방식은 흥미롭다. 예를 들어 유다에 대해서 그는 이렇게 말한다.
“유다는 유혹을 받았으나 강요당하지는 않았다. 하느님이 강요하거나 운명이 강요한 것은 아니다. 유다의 동기는 순수했을 수도, 이기적일 수도, 여러 요인이 뒤섞인 것일 수도 있다. 분명한 사실은 유다가 어떤 이유로 예수님을 배반했든 그 때문에 결국 예수님이 죽었다는 것이다.”
저자는 유다에 대한 많은 주장과 설들을 모두 고려하고 자기 나름대로 흥미로운 시각으로 유다에 대해 서술 한 뒤, 결론은 열어둔채 끝을 맺는다. 그럼으로써 유다의 악행에 대해 독자들 스스로 판단하도록 남겨둔다. 이런 방식은 다른 조연들에게도 적용된다.
성경에 대한 관심과 열의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성경 속 빛나는 조연들〉은 주연 같은 조연들의 이야기를 통해 성경을 접하는 또 하나의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고 있다.
(밥 하트만 지음/전경아·최광복 옮김/한호진 그림/바오로딸/180면/8500원)
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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