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을 향한 예언의 외침
은경축 맞아 펴낸 첫 저서 예언서 중 법과 정의 짚어
히브리 원문 성경 해설로 폭넓은 이해와 관심 끌어
국내에 몇 안되는 구약성경 전문가, 난해하기로 유명한 히브리어를 줄줄 독해해 내는 손꼽히는 성서신학자. 올해 은경축을 맞은 김건태(루카) 전 수원가톨릭대 총장 신부는 명성과 달리 그동안 저서 한권 내놓지 않았다. ‘아직 준비가 덜 돼서’라는 ‘겸손’이 그 이유다.
그동안 번역서 발간과 성경연구, 후학 지도에만 몰두해온 김 신부가 최근 첫 저서 〈예언자의 법과 정의 개념〉(수원가톨릭대 출판부)을 냈다. 강단에서 쌓은 오랜 연륜이 배어있는 만큼 그 ‘내공’이 만만찮다. 학계의 반응도 뜨겁다. 구약성경과 관련해 이처럼 높은 학문적 성과를 담아낸 책은 드물다는 평가다.
“부끄럽습니다. 성경을 공부하는 신자들이 체계적으로 구약에 접근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김신부는 “법과 정의는 인간 상호간 관계에서, 더 나아가 하느님과 인간의 관계에 있어서 가장 핵심적 문제”라며 구약성경의 세계로 초대했다.
때는 기원전 8세기. 약속의 땅에는 4명의 예언자가 동시에 나타난다. 아모스와 호세아(북 이스라엘), 이사야와 미카(남 유다)는 쌍 개념 으로서의 ‘법과 정의’를 외친다. 이 책은 예언서 중에서 바로 이 부분, ‘법과 정의’ 개념을 추려 콕 집어내고 있다.
김 신부는 특히 법과 정의의 개념을 공시적, 통시적 분석을 넘나들며 입체적으로 조망하고 있다. 그리고 히브리어 원문 성경 구절 하나하나를 낱낱이 해부, 좀더 넓은 이해 지평으로 끌어내고 있다. 성경 공부를 한 경험이 있거나 또 하고 있는 신자들이 이 책을 통해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것도 바로 그동안 맛보지 못한 히브리어 원문을 접근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일 것이다.
예언자들이 말하는 ‘법과 정의’는 현대를 살아가는 오늘날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예언자들이 법과 정의를 외친 것은 법과 정의의 붕괴로 인한 이스라엘 민족의 파괴 위기 때문입니다. 이스라엘 민족의 위기는 하느님 구원사업 자체가 위기를 맡을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기원전 8세기 이스라엘 민족의 위기는 오늘 우리의 위기와 일맥 상통합니다. 예언자들의 말은 바로 오늘 우리를 향한 외침이기도 합니다.”
김 신부는 예언자들의 입을 통해 오늘을 말하고 있다. 그 말을 하기 위해 은경축까지 기다려 왔는지도 모른다.
※문의 031-290-8800 수원가톨릭대 출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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