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과 땅이 맞닿는 의미 깨닫는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전례개혁 참 면모 제시
가톨릭교회에서 전례는 가장 핵심적인 신앙 행위이며, 무릇 신앙적 열정이 흘러넘치게 하는 샘이다. 무미건조하고 형식적인 전례에의 참여는 근본적으로 가톨릭 신자라고 하는 정체성에 걸맞지 않는 것이며, 신심과 신심에 바탕을 둔 삶의 양식을 아예 불가능하게 만들 만큼 전례생활은 가톨릭 신앙에 있어서 필수적인 요소이다.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신앙교리성 장관 라칭거 추기경이던 2000년 펴낸 〈전례의 정신〉이 최근 한국어판으로 발간됐다. 이미 그 해박하고 깊은 신학 사상에 의해 교회 안팎에서 학문적 권위를 인정받는 라칭거 추기경, 곧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이 책에서 특별히 제2차 바티칸공의회가 제시하는 전례개혁의 참다운 면모를 제시한다.
교황은 특별히 한국어판 독자들을 위해 쓴 인사말에서 공의회 문헌인 “‘전례헌장’의 큰 반경을 다시 우리 시야 안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이 책의 본래 의도임을 지적하고 있다. ‘전례 자체의 본질에 대한 새로운 이해’가 목적이라는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공의회가 강조한 ‘지상의 전례와 하늘의 전례 사이의 연관 관계’, 즉 전례 안에서 ‘하늘과 땅이 맞닿는다’는 사실과, 따라서 전례의 반경은 우주 전체라는 특수성에 대한 인식이 공의회 후 시야에서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 교황은 우려한다.
‘전례헌장’의 반경과 전망은 ‘높은 데로 인도’하려는 보다 원대한 의도였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공의회 이후 실행된 형식들은 그같은 의도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책의 근본적인 의도는 전례와 관련해 공의회의 참 정신을 다시금 시야 안으로 이끌어들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미 3권의 라칭거 추기경의 저서를 번역한 바 있는 역자 정종휴 교수는 후기에서 교황의 이같은 의도에 깊이 공감하며, 한국적 현실에 바탕을 두고 더 구체적으로 말한다. 즉, 기도문, 미사통상문, 성당내부의 각종 배치, 영성체 양식 등의 변화에 대해 이의와 의문을 제기하며 공의회 이후 시도된 수많은 전례 실험들이 ‘공의회 문헌’에 입각해 제자리를 찾기 바란다고 말한다.
책은 모두 4부로 구성된다. 1부 ‘전례의 본질’은 일상에서 전례를 거행하는 장소를 언급하고 전례의 우주적 차원을 설명한다. 2부 ‘전례의 시간과 공간’은 그리스도교 전례와 다른 전례 및 종교들과의 관계에 대한 것으로 상대주의 속에서 모든 종교를 동일시하는 오늘날의 문제를 지적한다. 3부는 ‘예술과 전례’는 미술, 음악과 전례의 관계에 대해 다루며 마지막 4부에서는 예식, 몸과 전례의 두 부분으로 나눠 십자성호, 음성, 복장 등 전례적 몸짓들의 의미와 변모 과정을 이야기한다.
읽기에 있어서 약간의 수고로움이 필요하지만, 우리 시대 최고의 석학이기도 한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신자 생활의 기본인 전례에 대해 어떻게 가르치고 있는지를 이해하기 위해서 그 정도의 수고는 감수할 만하다.
(교황 베네딕토 16세 지음/정종휴 옮김/성바오로/264쪽/1만원)
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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