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교 160주년 맞아 ‘시혼’(詩魂) 불어넣다
1984년 장편 서사시 ‘성 김대건’을 〈현대시학〉에 연재함으로써 순교 성인, 신앙 선조의 삶을 장엄한 시어로 승화시켜 세인들에게 신앙의 감동을 던져 준 배달순 시인. 김대건 신부 순교 160주년을 맞아 그간 써왔던 김대건 신부 서사시집의 정수들을 모아 증보해 엮었다.
이미 배달순 시인은 1996년에도 증보판 〈성 김대건 신부〉를 출간했고, 이번에 나온 시집은 최근 18개월 동안 월간지인 ‘참 소중한 당신’에 혼신의 힘을 다해 개정, 증보하여 연재한 시들을 더욱 다듬은 것들이다.
결국 배시인은 1984년부터 2006년에 이르기까지 22년간을 〈아! 김대건 신부〉의 완성에 매달려 왔다고 하겠다. 그는 김대건 신부의 고향인 충남 당진에서부터 중국 유학 중에 거쳤던 난징 항조우 푸조우 광둥 등지와 사제품을 받은 상해, 라파엘호를 타고 상해에서 출발해 제주도에 표착한 여로, 결국 체포되어 순교하기까지 그의 전 생애를 마치 곁에서 지켜본 듯 감격어린 시어로 묘사하고 있다.
마침내 최초로 조선인 사제로 사제품을 받던 그 순간을 배시인은 이렇게 노래한다.
“조용히 낮게 그레고리안 성가/천상의 가락이 되어 물결칠 때/흰 제의를 갈아입고 걸어오는/조선의 첫 사제 김대건/중앙 제대를 향하여 걸어간다/차례차례로 촛불을 받쳐 든/사람과 사람들/흰 두루마기를 입은 사람들이/함께 줄을 지어 천천히 따라간다.”
간난신고 끝에 조국 땅 한양에 도착한 그 벅찬 감동의 순간을 배시인은 또 이렇게 노래한다.
“그때 한밤에도 촛불 밝히고 있는/그대 거룩한 성사/벗들과 함께 온 마음과 정성으로/오순도순 믿음의 빵을 나눌 때/가슴 안에 깊숙이 활활 불타올라/온 세상 비추는 사랑의 불꽃/가장 맑고 아름다운 성령의 불꽃을/김대건 신부는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형장의 이슬로 사라질 때.
“그날 부시도록 햇빛이 쏟아지는 한강/새남터, 맑고 드높은 하늘 아래/푸르게 깃발은 장대 위에서 펄럭이고/술 취한 휘광이들이 칼날을 번쩍이며/덩실 더엉실 춤추면서 죽음 부를때/조선의 첫 사제, 김대건 신부는/늠름하게 이 땅 위를 걸어가고 있었다/그때 핏방울이 튀면서 번지는 하늘/저 딸기빛 조선의 하늘 위를/아! 김안드레아 신부는 가고 있었다.”
(배달순 지음/동이/128쪽/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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