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우주진화의 꼭지점에 서다
과학과 신앙은 결국 하나의 길에서 만나
인간은 세계와 우주의 장엄한 변화 방향
우리들은 종종 결코 양립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이는 두 가지 요소를 모두 지녀야 하는 운명을 갖고 있는 듯하다. 사랑과 미움이 함께 뒤섞인 애증(愛憎)이라는 감정이 그러하고, 선과 악의 양면성을 동시에 보이는 우리 자신의 모습이 그러하며 육체와 정신이 오묘하게 조화로운 인간 존재가 또한 그러하다.
근대 이후 인간 이성이 신앙과 부닥치는 것처럼 보이면서 두드러진, 과학과 신앙의 관계 역시 그러한 눈으로 볼 수 있다. 지금까지도 마찬가지이지만 ‘과학’은 자주 ‘신앙’과 배치되는 것이라고 사람들은 생각해왔다.
바로 여기서 우리는 고생물학 분야에서 최고의 권위를 인정받는 자연과학자 샤르댕 신부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그는 누구도 그 과학적 지식의 권위에 이견을 달지 못하는 석학이면서, 동시에 예수 그리스도께 대한 신앙에 삶을 바친 신앙인이다.
자신의 존재와 정신 속에서 이 예수회 소속 사제는 과학과 신앙의 관계를 조화롭게 융화시키는데 평생을 바침으로써, 그 둘이 결코 맞서는 것이 아니라 종내는 하나의 길로 들어서 조우하게 됨을 일러주고 있다.
최근 전주교구장 이병호 주교가 옮겨 펴낸 〈자연 안에서 인간의 위치〉는 ‘사람이 무엇인가’를 성찰하는 데 있어서 과학과 신앙이 함께 가는 길을 보여주는 책이다.
사실 샤르댕 신부의 사상 중에서 그 자연과학적 바탕을 가장 체계적으로 제시하는 저서는 〈인간 현상〉이다. 문제는 〈인간 현상〉이 읽기가 그리 만만치 않다는 것. 그래서 초심자에게는 〈인간 현상〉보다는 〈자연 안에서 인간의 위치〉를 먼저 권한다.
샤르댕 신부가 일러두기에서 말하듯, 이 책의 목적은 “사람이란 살아 있는 것(생명체)의 연장이자 꽃이라는 관점에서, 우리 눈에 드러나는 ‘현상’ 그대로를 분명히 함으로써, 자연 속에서 차지하는 그 위치를 확정해보자는 것”이다. 우주, 그리고 우주의 시간의 흐름 속에서 인간이 도대체 어떤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가를 이해해보고자 하는 것이다.
샤르댕 신부는 이러한 탐색과 규명의 결론을 이미 책의 앞에서 일러두고 있다. 곧 사람은 “물질적 ‘복잡화’와 정신적 ‘내면화’를 향해 점점 더 빨리 달리고 있는 우주 진화의 꼭지점을 대표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람이 완성된 세계의 부동의 중심이라는 생각은 이미 깨졌지만, 역시 인간은 세계와 우주, 그리고 그 장엄한 변화의 방향이 아닐 수 없다”는 것이다.
책의 말미에서 샤르댕 신부에게서 과학자보다는 철학자의 풍모를 짙게 느끼게 된다. 하지만 그것은 과학의 궁극에 설 때 결국 도달할 수밖에 없는 귀착지인 것으로 느껴진다. (삐에르 떼이야르 드 샤르댕 지음/이병호 옮김/분도/216면/7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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