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극좌’ 이념 뛰어넘는 화해
신부와 공산주의자. 물과 기름처럼 영원히 섞일 수 없을 듯한 존재들 사이에서도 화해와 일치는 가능한 것일까.
죠반니노 과레스끼의 연작소설 〈신부님 우리들의 신부님〉 시리즈의 여섯 번째 작품인 〈돈 까밀로의 양떼들〉은 앞서 나온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인간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과 시선을 통해 세상은 살만한 곳이라는 희망을 안겨준다.
이야기의 무대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40년 말에서 60년대에 걸친 이탈리아 북부의 시골 마을 ‘바싸’. 이데올로기로 갈라져 반목하던 당시 이탈리아 사회의 축소판을 묘사한 마을에서 주인공인 돈 까밀로 신부와 공산주의자 읍장 뻬뽀네는 결코 양립할 수 없는 다른 두 세계관의 정점에 서 있는 존재들이다. 마을 사람들 대부분이 세례를 받은 가톨릭 신자들이지만 이곳도 극좌와 극우로 갈라져 있다. 그런데도 〈돈 까밀로…〉를 읽어가다 보면 감동을 받고 마음이 평화로워지는 체험을 하게 된다. 그것은 이들 두 집단이 티격태격하면서도 극단으로 내달아 서로를 제거하려는 폭력의 유혹에 빠지지 않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모든 인간 공통의 양심에 따라 용서와 양보, 대화와 타협을 시도하며 결국 극적인 화해를 이루어내는 마을사람들을 통해 지은이는 화해의 밑바탕에 깔려 있는 ‘상생(相生)’의 원리를 보여준다.
이를 통해 〈돈 까밀로…〉는 세계관과 신념은 다르지만 마음속에 공통적으로 흐르는 인간에 대한 신뢰, 보편적인 형제애가 만들어갈 수 있는 세상의 아름다움을 들려줌으로써 오늘날 극단적인 대립으로 치닫는 우리 사회에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던져준다.
(주효숙 옮김/서교출판사/320쪽/9500원)
출판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