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수상자/아동문학가·시인 정호승
“어린아이 때부터 사랑의 깊이를 알고, 특히 ‘사랑’이 매일같이 먹는 ‘밥’과 같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알아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동화를 씁니다.”
<산소처럼 소중한 정호승 동화집>으로 제9회 가톨릭문학상을 수상하게 된 정호승(프란치스코.56)씨. 그는 “어린 시절 어떤 스승, 어떤 친구, 어떤 책을 접하느냐에 따라 일생을 받쳐줄 가치관 형성에 큰 영향을 받는다”고 강조하며 “좋은 이야기들을 어린이들 눈높이에서 이야기하다보니 ‘동화’를 선택하게 됐다”고 밝혔다.
특히 정씨는 가톨릭문학상 수상 소식에 “가톨릭적 가치관을 바탕으로 좋은 작품을 쓰시는 동화작가분들이 많이 계신데 제가 상을 수상하게 됐다”며 연신 송구스러움을 표했다.
사실 정호승씨는 베스트셀러 시인으로 더욱 잘 알려진 작가. 스스로도 자신의 ‘장르적 기질’은 ‘시’와 잘 맞는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가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것은 작품에 ‘무엇을’ 담는가이다.
“문학에도 다양한 그릇이 있지요. 어떤 형태의 그릇에 어떻게 담느냐보다 ‘무엇을’ 담느냐가 중요합니다.”
정씨는 “‘무엇을’ 담을까 정하고 나면 그릇의 형태, 즉 장르는 자연스럽게 정해진다”고 말한다. 예컨데 설렁탕을 먹으려하면 간장종지나 종이컵이 아닌 뚝배기나 대접을 이용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장르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특히 동화의 근간에는 ‘시’의 정신이 깔려있습니다. ‘시 정신’이 바탕이 되면 보다 좋은 동화를 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씨가 말하는 ‘시 정신’은 ‘품’ 혹은 ‘둥지’와 같다. 평화와 위로를 담고 있는 따스함인 것이다.
최근 정씨의 문학적 화두는 ‘인간의 본질적인 눈물’에 집중돼 있다.
“‘나’의 눈물을 누가 닦아줄 것인가에 대해 깊이 고민합니다. 눈물을 닦는 것은 사랑하는 것이지요. 나 자신을 사랑할 줄 알아야 바로 타인을 사랑하고 타인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그가 말하는 ‘인간의 본질’ 가운데는 ‘사랑’이 있다. 정씨가 시와 소설, 동화 등 장르를 넘나들며 담는 가장 중요한 주제 또한 궁극적으로 ‘사랑’이다.
“사랑 속에서 모든 것이 시작되고 모든 것이 끝납니다. 무엇보다 우리가 사랑하지 못하면 예수님의 존재가치가 사라지고 맙니다.”
“가장 완전한 사랑은 십자가 위에서 돌아가신 예수님의 사랑밖에 없다”는 정씨는 “‘어린아이의 마음처럼 되지 않으면 천국에 갈 수 없다’는 예수님의 가르침처럼 작은 글 한줄이 순수하고 가난한 마음을 북돋우는데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는 바람을 조심스레 덧붙였다.
■수상작/‘산소처럼 소중한 정호승 동화집’
사랑의 의미 풀어내
“어떻게 하면 사람다운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요? 또 그렇게 되기 위해 지금 여러분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여러분들의 마음 속에 기은 사랑의 우물을 하나 파 놓는 일입니다. 저는 이 동화집에서 여러분들이 어떠한 마음으로 어떻게 그 우물을 파야하는지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작가의 말 중)
<산소처럼 소중한 정호승 동화집 (파랑새어린이/204쪽)>은 초등학생들을 위한 책이다.
이 동화집의 주인공들은 조약돌, 몽당빗자루, 나무 등 우리 주변에서 쉽게 스치는 사물들. 의인화된 이 주인공들은 작은 존재이지만 각자의 맡은 일을 충실하게 지켜나가며 각자의 존재가치와 사랑의 의미들을 풀어낸다. 잘못된 사례를 우회적으로, 재치있게 비판하는 풍자의 재미도 맛깔나게 이어진다. ‘항아리’ ‘그림 밖으로 날아간 새’ 등 총 22편의 이야기가 실려있다.
■심사평/구중서·문삼석·신달자
“동심의 상상과 풍요”
올해로 제9회 시상을 하는 한국가톨릭문학상은 <산소처럼 소중한 정호승 동화집>을 낸 아동문학가이자 시인인 정호승씨에게 시상하게 되었다.
아동문학 작품은 근래 한국 출판계의 불황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독자층을 증대해가고 있다. 이것은 성인 세대가 사회의 문화적 풍토와 정서를 윤택하게 북돋우지 못하고 있는데 비해 어린이 세대의 천진한 동심은 활력과 꿈을 잃지 않고 있다는 반가운 현상이다.
한국가톨릭문학상은 시상의 대상범위로 어떤 전제나 제한을 두지 않고 개방되어 있다. 다만 문학작품의 높은 예술적 성취가 인간구원의 주제의식을 내포해 건강한 아름다움의 경지에 이른 경우를 존중하는 편이다.
심사위원회가 아동문학 작품 4편에 대해 평가를 진행한 결과로서 <산소처럼 소중한 정호승 동화집>이 지닌 작품적 가치에 공감하게 되었다.
정호승씨는 시와 소설도 발표하지만 아동문학으로 첫 등단을 한 후 여러권의 동화집과 동시집을 출간하였다.
2005년에 출간된 <산소처럼 소중한 정호승 동화집>에는 22편의 단편 동화가 실려있다. 이 작품들의 주인공은 대개 동물과 식물 또는 항아리, 조약돌 같은 무생물들이다. 이것들은 사람들의 말을 알아듣고 생각하고 행동하는데, 이 의인화된 주인공들은 실제로 생활하는 사람들의 곁에 함께 어울려 있다.
의인화된 주인공들은 사람들이 성취하거나 소통하지 못하는 역할들을 대신해서 이루어주고 있다. 그러니까 이것은 거의 제한없는 상상력의 세계인 것이다.
상상력의 세계가 사람들의 실제 생활에 관계없이 초월적이고 신비하기만하다면 이것은 황당한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정호승 동화에서 발휘되는 상상력은 모두 인간 생활의 연장으로서, 사랑과 열성과 곰살궂은 마음 씀씀이를 통해 활동하고 있다.
그러므로 어떤 환상의 경지라 하더라도 실제의 경우처럼 감동과 재미를 주면서 전개된다. 이리하여 한 편의 동화를 통해 창조적 정신가치의 차원이 이루어진다. 사랑과 희망을 내용으로 하는 상상의 풍요와 철학적 여운 속에서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읽게 되는 동화의 세계다.
■정호승씨는?
1950년 대구에서 태어나 경희대 국문과와 같은 대학원을 졸업했다. 1972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서 동시 ‘석굴암을 오르는 영희’, 73년 대한일보에 시 ‘첨성대’, 1982년 조선일보에 단편소설 ‘위령제’가 당선되면서 다양한 작품활동을 펼쳐오고 있다. 소월시문학상과 동서문학상, 정지용문학상 등 수상.
어린이를 위한 동화집으로는 ‘바다로 날아간 까치’ ‘슬픈 에밀레종’ ‘산소처럼 소중한 정호승 동화집’ ‘물처럼 소중한 정호승 동화집’ 등이, 어른들을 위한 동화집으로는 ‘항아리’ ‘연인’ ‘비목어’ 등이 있다.
시집으로는 ‘슬픔이 기쁨에게 ’ ‘서울의 예수’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등을, 동시집으로는 ‘풀잎에도 상처가 있다’ 등을 냈다.
사진설명
정호승씨는 가장 완전한 사랑은 십자가 위에서 돌아가신 예수님의 사랑밖에 없다며 작은 글 한줄이 순수하고 가난한 마음을 북돋우는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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