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소리 낮추고 주님 소리 듣는다”
베네딕토회 수도정신을 현대에 접목
우리는 누구나 기도에로 부름받았다. 하지만 문제는 어떻게 기도할 것인가이다. 그리스도인 뿐만 아니라, 모든 종교인들은 기도와 묵상의 어지러운 길이 눈앞에 분명하게 드러나기를 열망하면서, 때로는 지나칠 정도로 세부적인 기법들을 찾아내려고 노력하곤 한다.
하지만 베네딕토회 수도승으로, 그 수도정신을 현대 도시인의 삶 깊숙이 접목시키려 노력하는 존 메인은 ‘침묵으로 이끄는 말’(분도)을 통해 “침묵하고 묵상하라”는 말로 기도의 방법을 요약해준다.
저자는 사실 우리가 “누구나 기도, 깊은 잠심 기도에로 부름받았다”고 전제하면서 이 새삼스런 깨달음이 “교회에서나 세속에서나 오늘날만큼 절실했던 적이 없었다”고 말한다. 이는 사실인 듯 보인다. 왜냐하면, 세속화된 사회에서만큼 그리고 신을 종종 잃어버리는 현실에서만큼보다 더 기도가 필요한 적은 없기 때문이다. 예기치않게 연인을 잃었을 때, 그리움이 더 사무치듯이 하느님의 행방과 흔적을 가끔 잃어버릴 때 우리는 오히려 기도의 필요성을 더욱 깊이 느끼게 마련이다.
저자는 기도의 방법을 묻는 독자들에게 성 바오로의 말씀을 빌어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올바른 방식으로 기도할 줄 모르지만, 성령께서 몸소 말로 다할 수 없이 탄식하시며 우리를 대신하여 간구해주십니다. 성령께서 하느님의 뜻에 따라 성도들을 위하여 간구하시기 때문입니다.”(로마 8, 26∼27)
기도의 중심은 우리의 인위적인 노력에 있지 않고 그리스도 안에 있다는 것이 저자의 당부이다. 다음에 저자는 ‘어떻게’라는 기도에 대한 물음에 공동체의 체험과 전통으로 답한다. 즉 그리스도교 묵상의 전통, 예수님의 가르침에 뿌리내린 전통을 거론하며 구체적인 예로써 수도승 및 수도원 제도와 연계시키고, 수도원 제도의 핵심으로서 묵상의 체험과 전통을 일러준다.
이 책은 캐나다 몬트리올의 베네딕토회의 체험들을 바탕으로 하는 묵상 입문서로 쓰여졌다.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개요편에서는 자신에게 돌아가기, 침묵을 배우기, 만트라의 힘, 충만한 생명 등에 대해 일러준다. 자아, 성자, 성령, 성부를 제목으로 그리스도교적 체험으로서의 ‘묵상’에 대해 살펴본 뒤, 책은 본격적으로 ‘묵상을 향한 열두 단계’를 제시한다. 저자는 각 단계가 결코 구체적인 묵상거리들을 제공하려는 것은 아니며 끈기와 성심을 유지하도록 용기를 줄 뿐인데, 한 번에 한 단계만 읽고 바로 묵상에 들어갈 것을 권고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침묵. 저자가 14세기 월트 힐튼의 말을 빌어 권고하듯 “그대 자신은 아무것도 하지 마라. 그대 영혼 안에서 그분이 활동하시도록 허락하면 될 뿐”이다.
기도에 관한 많은 책들이 있다. 이 책 역시 그 중 하나이다. 하지만, 기도에 있어서 침묵이 주는 의미와 중요성, 그리고 참된 침묵을 말하는 이 책의 무게는 꽤 각별하다.
(존 메인 지음/이창영 옮김/분도출판사/143면/7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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