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은 고통에서 움트고
가장 낮은 곳, 하지만 ‘소망’은 그곳에서 가장 큰 힘을 발휘한다. 〈소망, 그 아름다운 힘〉(샘터)은 그 힘을 보여준다.
리얼리즘 사진에 섬세한 글
한국 다큐멘터리 사진 1세대 작가로서 리얼리즘 사진의 거장으로 불리는 최민식 선생의 사진을 소설가 하성란이 섬세하고 명민한 눈으로 살피며 컷마다 담긴 의미를 시적 언어로 표현한 사진 에세이집이다.
흔히 ‘소망’은 ‘욕망’이다. 이미 현대 사회에서 모든 소망과 희망들은 음울하고 탐욕스러운 욕망으로 오해되고 대체됐다. 인간의 삶을 강인하고 아름답게 하는 소망은 이기심과 탐욕에 근거한 욕망에 자리를 내주었다.
사진작가 최민식과 소설가 하성란은 이처럼 비극적인 현대에서 힘들고 고통스러운 삶의 현장일수록 ‘소망’이 얼마나 아름다운 힘이 되는 미덕인지를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그것은 진실한 사진과 글의 교감이 이뤄낸 매혹이다.
최민식은 올해 일흔 아홉. 하지만 그는 여전히 지칠 줄 모르는 열정으로 사진작업을 계속해오고 있다. ‘인간’ 시리즈는 한국 사진 예술이 길어 올린 기념비적인 성과로 손꼽힌다.
그는 언제나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의 누추한 사진들만을 찍어왔다. 그것이 벌써 50년. 하지만 그것은 소유한 것의 양에 따라서 둘로 날카롭게 나눠진 우리 사회의 불구성을 고발하는데 그치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는 가난과 소외를 노려보면서도 그 사람들을 따뜻하게 바라보고 사랑으로 끌어안는다. 그래서 그는 이렇게 말한다.
분노 아닌 사랑 담아
“내 사진은 부조리로 가득한 세상을 향한 돌올한 발언이며, 저항에 다름 아니다. 나는 어떤 사특한 힘에 의해서 가려지거나 은폐된 우리 삶의 진실한 모습들을 사진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나는 내 사진 속에 분노가 아닌 사랑을 담고자 했다. 나는 내 사진을 보면서 사람들이 무조건 감동하기보다는 현실을 바라보고 삶을 배울 수 있기를 바란다. 삶을 배우게 하는 사진, 나는 그것이야말로 사진 예술이 갖고 있는 위의라고 생각한다.”
그의 사진을 함께 한 하성란은 우리 시대 가장 주목받는 작가 중 한 사람. 등단 11년째를 맞은 그녀는 최민식 선생에 대한 깊은 존경에 바탕해 이 사진들과 오랫 동안 동고동락하면서 그 핵심어를 모색했다.
그래서 찾아낸 단어가 바로 ‘소망’. 그 소망을 드러내는 키워드는 ‘타인’과 ‘길’, ‘노동’과 ‘균형’, 아울러 ‘교감’과 ‘소통’과 ‘기도’이다. 책의 구성도 이 키워드들을 따라가며 모두 7개의 장으로 나눠진다. 쪽마다 자리한 사진과 그 옆의 짤막한 한 줄, 또는 두 줄, 길어야 세 줄을 넘지 않는 글 속에 담긴 소망하는 힘은 강건하고 감동적이다.
(최민식 하성란 지음/샘터/216면/1만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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