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부들이 바라는 사제의 모습은?
사제 정체성에 대한 풍부한 묵상거리
수도생활 관련한 초대교회 영성 제시
교부, 사제, 그리고 영성. 이 세 가지는 가톨릭교회와 그 구성원들, 그들이 영위해가는 신앙생활에서 각별한 의미를 갖고 있는 말들이다.
교부들은 신앙의 위대한 유산, 확실하고 믿을 수 있는 가르침을 준 신앙의 사부들이다. 사제란 성사를 거행하고 양떼를 돌보는 목자로서의 직분을 받은 이들이며, 영성은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복음의 가르침에 따라 신앙과 삶을 살아가도록 하는 거룩함이라 하겠다.
〈교부들의 사제 영성〉(분도출판사)은 이 세 가지를 모두 담아 ‘사제로서 어떻게 그리스도를 따라서 살아가겠는가’ 하는 사제 영성에 대해 교부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전해준다. 최근 들어 신앙의 스승으로서 교부들과 그 가르침에 대한 관심이 교회 안에서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이 책은 특별히 사제 영성에 대한 교부들의 생각을 반영하는 드문 책으로 발간됐다.
저자 아고스티노 트라페는 아우구스티노회 소속 사제로 그레고리오 대학교에서 학위를 취득하고 유수한 신학교에서 교부학을 가르치면서, 특히 아우구스티노의 신학 사상과 영성에 정통한 학자로 왕성한 활동을 펼쳐왔다.
이 책은 1966년 성년 준비를 위해서 교황청에서 마련한 삼일 피정 강의와 그 동안 사제와 주교들을 대상으로 했던 피정 자료, 그리고 로마 대신학교에서 ‘사제직에 대한 교부들의 이해’에 관해 실시했던 강좌들을 토대로 엮었다.
지은이는 하지만 이 책의 내용들을 통해 성덕에 대한 갈증과 허기가 채워진다기보다는 오히려 더 많은 갈증을 느끼기를 원한다. 그러한 갈증을 통해 교부들의 유려한 문체와 문장, 그리고 그 안에 담긴 풍요한 묵상거리들을 맛보고 싶어하는 열의가 생기기를 바라고 있다.
결국 이 책은 교부들의 원전으로 나아가는 나룻배에 지나지 않는다. 교부들의 위대한 유산을 독자들이 직접 탐닉할 마음이 생길 때, 이미 이 책은 그 몫을 충분히 다했다고 하겠다. 이 책은 다만 그 맛을 한 번 보여주는 것이고, 거기에 맛들일 수 있다면 책을 던지고 교부들의 원전을 파고들 일이다.
책은 크게 다섯 부분으로 나눈다. 저자는 먼저 공의회와 교부들을 통해 “사제는 성덕에로 부름받았다”는데서부터 논의를 시작한다. 나아가 교부들의 사상을 바탕으로 하느님의 사람으로서, 교회의 종으로서, 관상하며 활동하는 사람으로서 사제의 정체성과 본질, 그리고 그 영성에 대해 논한다. 그리고 마지막 5장에서는 순교와 지혜의 탐구, 수도생활과 관련해 초대교회의 영성에 대해서 제시한다.
딱딱하고 무미건조하기 쉬운 교부들의 가르침에 대해 현대적인 감각에 맞게, 편안하게 읽도록 번역을 한 대전교구 이상규 신부는 로마 우르바노 대학에서 교의신학을 공부했다. 아우구스티노 교부학 대학에서 교부학을 공부한 뒤, 지금은 대전가톨릭대학교에서 교부학을 가르치고 있다.
(아고스티노 트라페 지음/이상규 옮김/분도/315쪽/1만2000원)
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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