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류가 화제다. 한류는 분명 우리의 자부심이고 기쁨이다. 그런데 정작 우리의 실제 모습은 어떤가. 인도의 성자 간디는 ‘이럴 때 국가가 멸망한다’며 7가지를 말했다고 한다. △원칙없는 정치 △도덕없는 경제 △노동없는 부 △인격없는 교육 △인간성 없는 과학 △양심없는 쾌락 △희생없는 신앙이 그것이다.
섬뜩하다. 7가지 모두 현재 한국 사회가 앓고 있는(심각한 수술을 필요로 하는) 고질적 병폐이기 때문이다. 정치는 원칙없이 표류하고 있고, 돈벌이와 윤리를 함께 이야기하다가는 ‘배부른 소리’한다며 면박을 당하기 십상이다. 또 많은 이들이 땅투기 등 노동 없는 부를 쫓아 살고 있고, 학원화된 학교에선 인성교육이 사라지고 있다. 과학은 또 어떤까. 황우석 교수 사례는 인간을 존중하지 않는 과학이 어떤 결말로 이르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양심 없는 쾌락도 문제다. ‘묻지마’쾌락에 심취하는 사람이 늘고 있는 것은 오래된 일이다. 간디의 말대로라면 한국사회는 이미 멸망의 길로 접어들고 있는 셈이다.
가장 마음에 걸리는 것은 ‘희생없는 신앙’이다. 내가 신앙인이기 때문이다. 요즘 신앙은 ‘나를 위한’‘우리 가족만을 위한’‘내가 편하고 행복하게 살기 위한’희생 없는 신앙이 아닌지 반성해 보아야 한다. 본당 사목위원들이 일치하지 못하고 다투는 모습, 본당 신자들끼리 시기 질투하는 모습에서 희생하는 신앙을 찾기는 힘들다. 진정한 희생이란 무엇일까.
논어에 보면 다음과 같은 말이 나온다. ‘夫仁者 己欲立而立人 己欲達而達人’. 무릇 인(仁)이라는 것은 자신이 서고자 할 때 동시에 남도 서게 해 주고, 자신이 이루고자 할 때 동시에 남도 이루게 해 준다는 뜻이다. 진정한 희생은 남에게 무엇을 주는 것이 아니라 일으켜 세워, 함께 걸어가는 것이다. 나보다 뒤쳐져서 걷게 하는 것이 아니라 나와 함께 걷게 하는 것. 이것이 주님 사랑의 은혜에 대한 진정한 보답이 아니겠는가. 희생하는 신앙을 사는 신자들을 만나고 싶다.
김석주(가브리엘.울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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