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한 해 동안 전개된 가톨릭독서운동 ‘신심서적 33권 읽기’는 책을 통해 성숙해지는 공동체의 모습을 교회 안에서 구현해 낸 의미있는 캠페인이었다. 책을 읽지 않던 신자들, 어떤 책을 읽을지 몰라 방황하던 신자들에게 가톨릭독서운동은 올바른 길을 알려준 나침반이었다.
예수님의 33년 생애를 따르자는 취지로 선정된 33권의 책은 예수 그리스도의 삶을 본받아 살아가는 신자들의 신앙생활 지표이며 활력소로 자리매김했다. 한국교회가 책 읽는 교회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본지는 참가본당의 가톨릭독서운동 결산 움직임에 맞춰 앞으로 3회 동안 2005년 가톨릭독서운동을 결산하고 올해 새롭게 시작된 2006년 독서운동 방향과 계획을 안내한다.
과연 다 읽을 수 있을까? ‘반신반의’ 1년 후
“이젠 책 없이는 못살아요”
개인참가만 1491명, 연령층 다양
독서 토론회 등 후속 모임도 활발
교황청서도 “독서운동 높이 평가”
지난 1월 8일 서울 잠실5동본당. 특별히 초대한 김수환 추기경과 교중미사를 봉헌한 본당은 미사 후 2005년 독서운동 결산 행사를 가졌다.
본당은 지난 한 해 동안 본당 성물방에서 신심서적을 판매해 왔다. 책을 구입한 신자들은 완독 후 독서카드에 기재하고 개인적으로 준비한 노트에 독후감을 써 왔다. 33권을 완독하고 독후감까지 모두 작성한 신자 19명을 비롯, 총 28명의 신자들이 본당에서 준비한 상품을 받았다.
독서운동을 시작하기 전 본당 성물방은 이름 그대로 성물방이었다. 책이라고 해 봐야 성경이나 기도서가 전부. 하지만 지난 한 해 동안 성물방에는 매월 선정된 신심서적을 구입하려는 신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아내와 함께 신심서적 20권을 완독한 본당 기획분과장 서성술(스테파노)씨는 “독서운동에 참여하며 책을 읽는 기쁨을 몸소 체험했다”며 “바빠서 스무 권 밖에 읽지 못했지만 2006년에는 전권 완독에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신자 재교육 프로그램으로도 안성맞춤인 가톨릭독서운동에 대한 본당공동체의 관심은 한 해 동안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총 27개 본당이 적게는 5권, 많게는 100권 이상의 신심서적을 주문했으며, 본당별로 다양한 결산행사를 가졌다.
부산교구 울산 방어진본당은 매월 독서모임을 통해 책을 읽고 느꼈던 점들을 나누고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으며, 자체적으로 독후감을 공모해 시상해왔다. 또 만남의 방을 북 카페로 만들어 신심서적, 일반서적, 전례서적을 비치해 신자들이 자연스럽게 책을 접하도록 했다.
대구 성김대건본당은 독후감을 공모해 다음 달 책을 선물로 제공하는 이벤트를 벌여왔다. 광주 월곡동본당은 분기에 한 번 ‘독후감 나눔 모임’을 가졌으며, 상하반기로 나눠 독후감 시상식도 가졌다.
본당공동체와 더불어 독서운동이 성황리에 진행되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한 주인공은 개인 참가자들. 2005년 12월 31일 현재 1491명의 개인 참가자가 적어도 한 권 이상의 신심서적을 구입했으며, 신심서적 33권을 모두 구입한 신자도 200여명에 달한다.
또 온라인, 오프라인을 통해 독서카드를 제출한 참가자는 388명이며 독서카드를 통해 완독을 확인한 참가자는 의정부교도소 문현일(베드로)씨를 비롯 27명이다. 인터넷 독서카드를 제대로 기재하지 않거나 우편 독서카드를 재발송하지 않은 참가자들을 감안하면 완독자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1500명에 가까운 숫자만큼이나 참가자들이 독서운동에 참여한 방법도 각양각색. 90세 나이에 독서운동에 참가하고자 상반기 도서 전권을 구입한 참가자도 있었고, 부모와 함께 동참한 중학생도 있었다. 군에 가있는 아들에게 매달 신심서적을 발송하는 어머니, 대자·대녀에게 책을 보내고 싶다며 매 달 두 권씩 책을 주문하는 참가자도 있었다.
갈매못성지 성지가족, 광주 청계동본당 초등부교사회, 서울 애화학교, 인천 풍무동본당 임마꿀라따회, 인천 가좌동본당 타대오 도서회 등 교회 내 기관·단체, 본당별 소모임 27곳도 독서운동에 동참했다. 단체 참가자들은 신심서적을 돌려 보고 매 주일 또는 매월 한 번씩 독서토론회를 갖는 등 책 읽기의 재미를 함께 만끽하며 한 해를 보냈다.
본당·단체·개인 참가자들의 참가로 성황리에 진행된 가톨릭독서운동은 한편으로 한국교회 출판활동의 역사와 현황을 되짚어 보고 보다 발전적인 교회 출판의 방향을 모색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본지와 주교회의 매스컴위원회는 지난 해 5월 10일 ‘한국교회 출판문화의 어제와 오늘’ 주제로 워크숍을 마련해 독서문화 관심 고조에 따른 교회출판의 전반적인 발전방향을 검토했다.
7월에는 본당 사목자, 독서운동참가자, 출판 관계자들이 한 자리에 모인 가운데 ‘독서운동 상반기 결산 대담회’를 열어, 가톨릭독서운동 활성화를 위한 교회 각 계층의 의견을 수렴하는 시간도 가졌다.
한국교회 차원에서 처음으로 시도된 가톨릭독서운동에 대해 교황청도 관심과 성원을 보내왔다. 교황청 관보 ‘로세르바토레 로마노’지는 거의 한 면을 할애해 ‘신심서적 33권 읽기’의 단계별 목표와 현황, 기대 등을 상세하게 소개했다.
교황청이 지역교회에서 펼쳐지고 있는 캠페인에 대해서 직접 서한을 보내 격려하고, 교황청 관보의 지면을 할애해 소개하는 것은 드문 일. 한국교회의 독서운동을 신자들의 영적 성숙과 재교육, 복음화에 기여할 수 있는 훌륭한 프로그램으로 평가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2006년 가톨릭독서운동에 대한 관심은 지난 해 못지않게 높다. 참가 신청 공지가 나간 지 보름이 채 안된 현재 400여명의 개인 참가자가 신심서적 읽기에 동참할 것을 밝혔고, 본당 참가 문의가 줄을 잇고 있다. 33권 신심서적 읽기로는 아직도 갈증이 풀리지 않은 듯 지난 해 참가했던 신자들도 올해 다시 한 번 독서운동에 참가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과연 그 많은 책을 다 읽을 수 있을까’ 반신반의했던 한국교회. 이제는 책 읽기에 자신감을 가졌다. 올해도 한국교회는 독서삼매경에 빠질 듯하다.
●“읽을수록 새로운 맛 느껴요”
33권 완독, 독후감 완필 김한구씨
틈틈이 책 읽기 위해 대중교통 이용
“사실 선정도서 중 20여권은 이미 읽은 책이었습니다. 하지만 또 읽었습니다. 이상하게도 읽을 때마다 새로운 느낌으로 제게 다가왔어요.”
선정도서 서른 세권을 모두 완독하고 독후감을 제출한 김한구(요한보스코.66)씨는 1월 8일 서울 잠실5동본당에서 열린 가톨릭독서운동 결산 행사에서 ‘지혜상’을 수상했다.
김씨가 신심서적에 맛들인 것은 1981년. 당시 개신교에서 개종한 김씨는 가톨릭이라는 종교의 깊이를 깨닫고 싶어 신심서적을 읽기 시작했다. 매년 20여권의 신심서적을 읽은 김씨에게 이번 독서운동은 또 다른 도전이었다.
김씨는 감명 깊게 읽은 책을 하나하나 소개했다. ‘미사 제대로 드리기’는 정독할 정도로 깊이 빠져드는 영양가 있는 내용이었고, ‘위령성월’은 연옥에 대한 개념을 다시 깨닫는 기회였다고 설명했다. ‘내 인생의 리필’을 보며 환갑을 넘은 자신의 나이가 결코 많지 않은 나이이며 이제부터 인생이 시작임을 깨달았다.
“주머니에 항상 책을 넣고 다닙니다.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혹은 점심시간 때 틈틈이 책을 읽죠. 운전 하면 그만큼 책을 읽을 시간이 없잖아요.”
승용차를 타지 않는 이유가 오로지 책을 읽기 위해서라고 밝힌 김씨는 20여년 넘게 읽은 신심서적을 한 마디로 표현했다.
“읽으면 읽을수록 새로운 맛을 느낄 수 있는 책이 신심서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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