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냄새 찾아 떠난 여행 책 속에 삶의 철학 ‘물씬’
12편 기행산문 정리
사는게 쉽든 어렵든, 어쨌든 주5일 근무제로 사람들이 길을 떠날 기회는 무척 많아진 것이 사실이다. 하기사 집을 나서면 그게 다 여행이긴 하지만 맘과 옷을 낯선 땅에 적합하게 채비를 하고 나서는 길은 언제나 설레기 마련이다.
하지만 종종 우리는 여행을 여행처럼 하지 못하고 돈 쓰고 몸 쓰는 소비로만 체험할 때가 사실 많다. 작가 박완서씨의 여행기는 이렇게 쓰기만 하는 여행이 아니라 몸과 맘을 추스르고 우리 땅과 민족에 대한 애정을 더 다지는 기회로 만들어줄 듯하다.
우리 시대 최고 작가로 불리지만 정작 자신은 그리 달가워하지 않는 박완서씨의 〈잃어버린 여행가방〉은 그 동안 써온 총 12편의 기행산문을 정리해 네 개로 나눠 엮은 것이다. 이 책은 여행 기록이면서, 동시에 인생의 여정을 가는 우리 모두에 대한 통찰과 철학을 담고 있기도 하다.
우선 스스로 말하기를 “이 나라의 자연처럼 아기자기하게 아름다운 자연은 지구상에 어디에도 없다. 신이 온갖 좋은 것을 다 모아다가 공들여 꾸민 정원 같다. 하나도 넘치게 준 게 없이 다만 조화롭게 주었을 뿐”이라고 하는 우리나라의 산하에 대한 깊은 애정이 담겼다.
그의 손에 의해 그려진 풍경은 자연스럽게 자기가 태어난 나라, 사랑했던 사람들과 즐겨 읽었던 책들이 반영되고, 자기의 온갖 일상 체험들이 하나하나 모두 묻어나게 마련이다. 그래서 풍경을 함께 바라보되, 그의 눈으로 바라보며 그가 건네는 대화를 함께 듣는다. 그것이 이 책이 갖는 가장 큰 즐거움일 듯하다.
첫 번째 여행기 제1부에는 전국 각지를 여행하며 쓴 글을 담았다. 남도, 하회마을, 섬진강 벚꽃길과 쌍계사, 그리고 오대산 일대를 여행하며 쓴 글들에는 아름다운 자연에 대한 경외와 그리움이 묻어난다.
제2부는 작가의 개인적 체험과 역사적 사연이 담긴 기행글들이 주를 이룬다. 오래전, 여행가방을 잃어버린 여행, 교황의 장례식에 참석했던 기억들, 중국과 백두산의 독립운동 유적지 탐방, 상해와의 특별한 인연 등이 소개됐다.
제3부 ‘그래도 삶은 계속된다’는 유니세프 친선대사로 일하면서, 기아와 가난으로 고통받는 에디오피아와 쓰나미가 휩쓴 인도네시아를 방문한 기록, 마지막 제4부는 네팔과 티베트의 오염되지 않은 자연과 사람들, 정결한 삶 등을 통해 현대 문명에 매몰된 우리 모습을 돌아보며 삶의 본질적 조건들을 질문한다.
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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