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랄한 그러나 애정 담긴 교회 비판”
비폭력·무저항으로 제국주의 극복한
간디의 그리스도교에 대한 생각 담아
『나는 간디 덕분에 세례를 받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서도 그리스도를 닮은 영혼이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메리놀회 밥 맥캐힐 신부가 간디에 대해 한 말이다. 그리고 이 말은 우리들 가운데 누구도 쉽게 부인할 수 없는 말로 보인다. 성서를 누구보다도 열심히 읽었고, 그리스도교 선교사들과 누구 못지 않게 많은 토론을 했던 간디는 그러나 굳이, 끝까지 그리스도교의 교리를 받아들이고 세례를 통해서 교회에 들어오기를 거절했다.
「간디, 그리스도교를 말하다」(로버트 엘스버그 엮음/조세종 옮김/생활성서사)는 비폭력 무저항으로써, 제국주의에 대한 가장 효과적이고 위대한 무기를 만들어낸 간디가 그리스도교와 교회에 대해 지닌 생각들을 담고 있다.
교리적 논쟁을 제쳐 놓는다면, 간디는 그리스도교와 그리스도인들에게 그 누구보다도 큰 영향을 미쳤고, 그 영향은 지금도 곱씹어볼 필요가 있을 만큼 막중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간디가 그리스도교에 대해 가진 견해는 이러하다. 그는 예수에 대해 육체를 지닌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완전성에 가장 가까이 도달한 역사의 인물로 생각한다. 하지만 정작 예수를 따르는 그리스도교 교회에 대한 그의 비판은 신랄하다. 그리스도교의 가르침이 산상설교에 모두 들어있다고 믿는 간디는 『그리스도교로 간주되는 많은 것들이 실상은 산상설교의 의미와는 반대』라고 비판하며 『오늘날 정통 그리스도교가 예수의 메시지를 왜곡하고 있다는 확신』 때문에 반발하고 개종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선교」에 대한 그리스도교의 열의도 비판된다. 『그리스도인의 머릿수가 얼마나 많은가를 헤아리려고 계속 찾는 대신에… 조용히 당신이 하고 있는 일 안에서 당신의 가치를 증거하라』고 말한다. 그는 인도를 개종시키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에게 말한다. 『의사여, 네 자신이나 고쳐라』
물론 이러한 간디의 입장은 당연히 가톨릭 교회의 교리와 복음선포에 대한 소명과는 배치되는 듯이 보인다. 또한 자칫 오늘날 보편교회 안에서 그렇게 자주 우려되는 종교적 상대주의와 혼합주의의 기미로 이어질 염려도 있다.
『모든 종교는 하나의 길을 향한 다른 길들』이라는 식의 간디의 말은 자칫 독자들로 하여금 그리스도교 신앙의 정체성에 대한 혼란을 가져올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정체성과 새로운 전망의 모색을 가능하게 한다. 역사적으로 많은 비판을 받았던 부분들이 간디에게서는 더 생생하게 절감된다. 교세 팽창에만, 강요된 신앙에만 신경을 쓴다면 그것은 당연히 예수 그리스도의 참 뜻이 아니라는 것을 간디는 비그리스도인이면서도 가장 그리스도인답게 말한다.
저자는 서문에서 간디가 그리스도인들에게 제기하는 네 가지 도전을 요약한다.
하나는 종교간의 대화이며, 또 하나는 아시아 신학에 대한 도전이다. 그리스도의 제자됨과 그리스도교의 선교 사명에 대한 도전 역시 저자는 간디가 제기하는 4가지 도전들에 포함된다고 말한다.
간디의 비판은 신랄하지만 애정을 보여준다. 그리스도인이 아니면서도 예수와 교회에 애정을 지닌 간디의 비판은 현대를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 특히 아시아의 그리스도인들에게 있어서 더 깊고 넓게 성찰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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