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으로 말아낸 국수 한 그릇”
수도원 생활부터 국수집 이야기까지
서씨의 이웃에 대한 봉사의 삶 담아
화려하게 치장된 높다란 호텔·최고급 승용차가 아니면 주차를 시켜달라고 자동차 키를 건네기가 민망하다. VIP가 아니기 때문이다. 돈과 권력을 쥐어야 VIP인 것이 우리 사회의 슬픈 모습이다.
하지만 노숙이나 쪽방 주민들도 온갖 친절과 환대로 VIP 대접을 받는 곳, 그곳이 바로 「민들레 국수집」이다. 인천시 동구 화수동. 자세하게 살피지 않으면 그냥 지나치기 쉬운 3평 남짓 작은 국수집.
원체 좁아서 주방과 식탁의 경계도 없는 이곳에 그래도 하루 100명이 넘는 손님들이 와서 국수와 사랑으로 배를 불리고 간다. 노숙자와 빈민들이 대부분인 손님들은 언제든 이곳에 와서 맘껏, 양껏 먹고 요구르트와 과일로 입가심까지 하고 간다.
KBS TV 「인간극장」 프로그램에 소개됐고, 지난해 11월 본지에도 소개돼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렸던 국수집 주인, 서영남(베드로.52)씨가 쓴 따뜻한 이야기가 책으로 묶어졌다.
「사랑이 꽃피는 민들레 국수집」(더북컴퍼니/9500원)은 수도원에서 퇴회하는 이야기부터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의 민들레 국수집 이야기를 거쳐, 국수집이 유명해진 뒤, 그리고 교정사목에 관계하는 이야기들까지를 꼼꼼하게 적고 있다.
하필이면 만우절, 2003년 4월 1일 문을 연 민들레 국수집은 어쩌면 거짓말 같은 사랑의 실천이 시작됐다는 점에서 만우절 개업이 아주 어울려 보인다.
지금 서영남씨는 민들레 국수집 외에 「민들레의 집」도 운영한다. 국수집 주변에 방을 얻어 노숙인들 몇 명씩 같이 살게 한다. 인천 화수동에만도 6~7개의 민들레의 집이 운영되고 있다.
국수집을 중심으로 흩어져서 기거하고, 원하는 시간에는 국수집에 와서 밥을 먹는다. 생일이나 특별한 날이 되면 함께 모여서 중국집도 가고, 누가 병원에 입원이라도 하면 막노동으로 번 돈을 내놓기도 한다. 느리지만 그들은 변하고 있다.
이 책에는 또 국수집이나 민들레의 집 외에도 서영남씨가 수도자 시절부터 해오던 교정사목 이야기가 상세하게 소개된다. 재소자들과 편지를 나누고 한 달에 두 번 청송교도소로 면회를 가는 이야기들이다.
박기호 신부(서울 서교동본당 주임)는 그를 일러 「성인」이라 부르기를 마다 않는다. 그의 이야기를 인간극장으로 제작한 이귀훈 PD는 그의 삶에서 공짜 손님과 VIP 손님, 수도자와 노숙자가 같은 내용의 다른 표현임을 체험했다고 말한다.
이러한 서씨의 생활에 대해 많은 이들은 헌신이나, 봉사나 그런 아름다운 말로 치하하지만, 재미있는 것은 정작 서씨 자신은 한국순교복자수도회 창설자인 무아 방유롱 신부의 말을 빌어 『재미있게 살아보려고 애쓴』 것이 바로 자신의 삶이라고, 그렇게 말한다. 어쩌면 진짜 그게 재미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들게 하는 것이 바로 이 책과 그가 독자에게 주는 감동이다.
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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