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 습관 맛들이니 신앙에도 큰 변화
독서운동 상반기 결산 대담
가톨릭신문사와 서울 잠실7동본당이 공동으로 실시한 독서운동은 6개월의 짧은 기간이지만 많은 성과와 과제를 함께 보여주었다. 앞으로 독서운동을 더욱 효과적으로 전개하기 위해서 필요한 과제는 무엇인지 나누는 자리를 마련했다.
사제에게도 큰 도움… 신자들과 연대감 깊어져
지속적 운동 위해 바자·강연회 등 이벤트 필요
성당 내 도서관 설치 등 장기적 전망 수립해야
■ 참석자
- 서춘배 신부(의정부교구 구리본당 주임)
- 이영희(율리아나.서울 잠실7동본당 도서위원)
- 안경숙(아녜스.인천 서운동본당 교육분과 차장)
- 이현자(벨라뎃다.서울 성산동본당 독서도우미)
- 사회: 박영호(안드레아.가톨릭신문사 취재부장)
박영호(이하 박) : 우선, 한국 교회 최초로 시도된 이 운동에 어떻게 참여하셨는지, 그리고 소감을 말씀해주십시오.
이영희(이하 이영) : 이미 1년 동안 54권 읽기를 체험했던 잠실7동본당 역시 시작하기 전에는 책 읽는 분위기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주임신부님의 강한 의지를 바탕으로, 좋은 기회가 됐고 지금은 책 읽는 습관이 정착됐습니다. 무엇보다 책을 통해 큰 변화가 생겼음을 느꼈습니다. 특히 남성 신자들은 일단 한 번 참여를 해본 뒤에는 여성들보다 오히려 더 큰 호응을 보입니다.
신앙 더욱 확실해져
안경숙(이하 안) : 개인으로 참여하고 있는데, 우선 하느님과 주최측에 감사를 드립니다. 늘 감사하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매월 신심서적 3권을 빠짐없이 읽어, 지금까지 18권을 완독했습니다.
전에는 책 한 권 읽는데 한 달 이상이 걸렸는데, 독서운동 참여 후에는 갈증 난 사람처럼 단숨에 책을 읽기도 했습니다. 남은 기간 동안에도 예수님의 33년 생애를 묵상하면서 끝까지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이 좋은 운동이 한국 교회 모든 교우들 사이에 들불처럼 확산돼 제가 느낀 이 행복을 같이 체험했으면 좋겠습니다.
본당에서는 성당 건립을 앞둔 상태라 공식적인 참여는 못하고 있지만 가톨릭신문을 보고 주임신부님이 권하셔서 우선 연중계획 안에 포함시키고 주보와 인터넷 사이트에 매월 선정도서를 게재해 우선은 자율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현자(이하 이현) : 저희는 신문사의 독서운동에 직접 참여하지 않고, 본당 자체 프로그램으로 진행합니다. 시작한지는 4개월밖에 안됐지만 매월 선정도서가 각각 140권 정도 판매됩니다. 4명의 도우미가 진행을 돕는데, 홍보에 중점을 두고 본당 게시판에 선정도서와 간단한 서평을 공지하고 도서 추천함도 따로 마련했습니다.
특히 문화 프로그램과 연계해서, 예컨대 마더 데레사 책이 선정되면 영화를 함께 상영하는 식입니다. 그러다보니 참여자 수도 꾸준하게 유지됩니다. 그리고 5월부터는 「느낌 나누기」라는 독서토론 자리도 마련했는데, 호응이 좋습니다.
서춘배 신부(이하 서) : 독서운동은 교우들뿐만 아니라 사제에게도 크게 도움이 됩니다. 우선 제 자신이 책을 읽고 강론을 준비하면 그만큼 더 풍부하고 수준 높은 강론을 할 수 있게 됩니다.
본당 차원으로 독서운동에 참여하면서, 사실 큰 기대는 안했는데, 교우들이 책을 들고 다니면서 좋은 책을 읽게 해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많이 하고 책에 대한 대화를 자주 나누게 됩니다. 그만큼 책을 통해 신자들과 연대감을 더 깊이 할 수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가톨릭신문사에서 시작했지만 교구, 나아가 전국 차원으로 확대됐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안 : 책을 읽으면서, 신앙의 길이 좀 더 분명해진 것 같습니다. 신앙 여정에서 잠시 멈칫거리다가도 신심서적을 대하면 이내 마음의 평정을 찾게 되고, 예수님이 웃으시며 어깨를 두드려주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됩니다.
교회 생활에서도 성서공부나 일주일에 세 번 이상 평일미사에 참례하려는 제 스스로의 모습을 발견하면서 이 운동의 놀라운 효과를 확인하게 됩니다.
좋은 책 선정 노력 엿보여
박 : 독서운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좋은 책을 선정하는 일인데, 지금까지 선정된 도서들에 대해서는 적절했다고 생각하시나요?
서 : 도서선정위원들이 상당히 고심을 한 흔적을 볼 수 있습니다. 매월 선정되는 3권의 책들이 모두 독자들의 취향과 요구를 최대한 충족시키려고 한 노력이 엿보였습니다.
다만 모든 사람들에게 초점을 맞추는 것도 좋지만, 특정 계층에 적합한 책들도 함께 선정하는 것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앞으로는 이 운동이 더욱 심화돼 어린이층에게까지도 저변 확대가 됐으면 합니다.
이현 : 본당 자체적으로 책을 선정하는 저희는 우선 모든 계층을 대상으로 한다는게 쉽지 않았습니다. 책을 자주 읽으시는 분들은 조금 무게 있는 책을 원하셔서, 저희는 아예 어느 정도 독서 습관이 몸에 배인 분들을 겨냥했습니다. 그래서 신문사에서 선정되는 책들과 비교하면 조금 무거운 감도 있습니다. 이제 막 출발했기 때문에 시행착오를 고쳐가며 진행해야 할 것입니다.
이영 : 도서선정위원으로 책을 선정하면서, 가격이나 활자도 많이 신경 쓰게 됩니다. 가급적 대중적인 책을 중심으로 했고, 초기에는 분량이 적고 메시지가 확실한 책을 선택했습니다. 일단 후보에 오른 책들은 모든 위원들이 좋다고 평가하게 됩니다. 그래서 최종적으로 선정하는 것이 참 어렵습니다.
박 : 극히 일부 선정도서에 대해서는 이의를 제기하는 의견도 있기는 하지만 참여자들의 연령대나 취향, 선호도 등이 다양하기 때문에 이런 의견이 나올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물론 그런 의견들도 독서운동에 대한 관심을 나타내는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바람직한 일이고 주최측도 그런 의견들을 충분히 고려해야 되겠지요.
활발한 이벤트 필요
안 : 그런데, 독서운동을 시작한지 반년이 지나면서, 약간의 피로 현상이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주최측에서는 초반의 긴장감을 계속 유지해서 지속적으로 독서운동이 활성화되도록 애를 써야 할 것입니다.
이영 : 저희 본당에서도 책 읽기를 시작하고 나서 4개월 정도 지나니까 관심도가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그 때를 맞춰 독후감 이벤트를 실시하자 다시 열기가 살아났습니다. 이후에 조금 열의가 식었다 싶을 때마다 관련 이벤트를 해서 불씨를 되살리곤 했습니다. 저자 강연회나 도서 바자 등도 좋은 방법이 될 것입니다.
서 : 조금 때늦은 이야기이기도 하겠지만, 「신심 서적」이라고 하면 너무 좁은 개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오히려 「신앙 서적」이라고 부르는 것이 더 적절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안 : 독서운동 전용 사이트에 매일 들어가 보는데, 사이트 자체가 활력이 없고 정체된 느낌이 듭니다. 주 참여자층이 연로하신 분이 많아서 어려움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노력 여하에 따라서 인터넷을 더 원활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 홍보가 매우 중요한데, 매달 선정되는 도서에 대해서도 안내 포스터를 제작해서 참여 본당에 서비스해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영 : 신문사가 독서운동의 주체이니까 그 이점을 충분히 살려야 합니다. 참여 본당이나 단체, 개인들을 수시로 탐방해서 소식을 전해주면, 아직 참여하지 않는 분들에게도 자극이 되고 참여하는 곳에서는 더 열심히 할 것입니다.
각 교구 차원 관심 있어야
서 : 교구 차원에서 관심을 갖도록 요청을 했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특히 이 운동은 단순히 교회 서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성서 읽기에도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느 정도 독서운동이 진행되고 성과가 나타나면, 각 교구로 요청을 하고 교구 차원에서 독서운동에 참여를 함으로써 장기적으로는 한국 교회의 모든 교구에서 독서 캠페인을 벌인다면 엄청난 힘을 발휘할 것입니다.
박 : 신문사에서도 장기적으로는 그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우선, 수년 동안의 실험과 확산 기간을 거쳐서 운동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가늠하고, 그것이 충분히 가능하다면 아예 「가톨릭 출판문화센터」 혹은 「가톨릭 독서문화센터」 등의 이름으로 상설 기구를 설립하는 것입니다. 여기에서는 교회 출판 전반, 독서 문화 전반에 대한 연구와 실험을 계속하면서, 가톨릭 신앙의 내실을 기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서 : 그런 장기적인 전망의 맥락에서, 본당에 도서관을 설치하는 문제도 한 가지 중요한 실험으로 시도해볼 수 있습니다. 성당이 지역 사회 안에 자리잡고 있는 만큼, 지역 주민들에게도 열린 공간으로서 성당 안에 도서관이 세워진다면 지역 사회에 대한 봉사도 되고, 여러 가지 면에서 유익한 점이 많을 것입니다. 저희 구리본당에서도 도서관을 생각해봤는데 워낙 장소가 협소해서 아쉬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박 :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독자들의 기대에 부응하도록 더 열심히 봉사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출판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