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혁의 시대에도 진리는 불변”
비도덕적 정치 현실에 근원적 해법 제시
테러 난무한 세상 속 평화·인류애 강조
제삼천년기를 이끌어갈 새 교황 베네딕토 16세. 그는 일부 사람들에게는 종종 부정적인 의미에서, 보수주의라는 색안경 뒤에 가려져 있었다. 그러나 교황 선출 석달 남짓 지난 지금 새 교황에 대한 일부의 이러한 평가는 조금씩 불식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여기서 보수주의라는 다소 부정적인 의미의 이미지가 오히려 확실성을 제시한다는 의미에서, 역설적으로 불확실성의 시대인 오늘날 더 요청되는 덕목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베네딕토 16세 교황이 가장 최근에 펴낸 「미래의 도전들-대변혁 시대에 가치를 지닌 것들에 관하여」(물푸레)는 오랫동안 교황청 신앙교리성 장관으로서 상대주의를 오늘날 가장 큰 도전으로 간주해온 요제프 라칭거 추기경의 미래에 관한 성찰이다.
부제가 제시하듯, 우리 시대의 특징인 대변혁의 흐름은 종종 상대주의적 가치관에 정당성을 부여하며, 결국 변화의 시대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고 절대적 가치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오류를 교황은 지적한다.
변혁의 시대에도 가치는 존재하며 바로 그 점을 교황은 해박한 지식과 깊은 철학, 그리고 신학으로 명명백백하게 풀어내고 있다. 특히 분단 국가 독일 출신의 교황은 갈등의 극단적인 현장을 목격한 뒤, 평화에 대한 깊은 책임감에 바탕을 두고 이 글들을 적었다.
본문은 3부로 나눠진다. 제1부는 「어디로 향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으로 정치와 도덕의 관계를 성찰한다. 여기서 우리는 도덕적인 정치가 가능하다라는 교황의 신념을 읽는다. 정치인이 도덕적일 필요가 없는, 아니 도덕적이어서는 안되는 우리나라의 비극적인 정치 현실에 대한 근원적 해법이 제시된다.
교황은 특히 제1부 제4장에서 다원주의 사회 안에서 종교와 도덕적 가치의 의미에 대해 깊이 연구하면서, 그리스도인들은 영원한 천상의 삶에 앞서 우선 우리가 속한 국가 안에서 보다 크고 궁극적인 것을 기대하고 희망해야 함을 강조한다.
2부는 특별히 유럽에 할애된다. 「유럽은 무엇인가?」라는 제목으로 유럽의 기반과 전망을 성찰한다. 그리스도교적 뿌리를 지닌 유럽 대륙이 오늘날 공동의 정체성, 곧 그리스도교적 뿌리를 잃어가는 현상을 우려하고, 그 미래를 점검한다.
3부 「평화에 대한 책임감」에서는 인류의 미래 사회에 대한 소망을 말한다. 평화가 무너진 오늘날 세계에서, 특히 냉전이 종식된 후 테러가 새로운 전쟁의 형태로 자리잡은 오늘날 인류는 더욱 비상한 위기 의식에 사로잡힐 수밖에 없다.
교황은 세계의 평화는 오로지 삼위일체인 신에 대한 믿음을 말하며, 그것은 곧 사랑에 대한 증명이다. 위협이 아닌 구원으로서의 신, 그것은 종교의 차원을 넘어서 사랑, 인류애만이 모든 폭력과 분쟁을 극복하고 인간 자체를 존중하는 새로운 미래 사회로 나아가는 길이다.
(교황 베네딕토 16세 지음/이동준 옮김/물푸레/207쪽/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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