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책읽는 재미에 “풍덩”
개인 참가 9백여명서 1414명으로 늘어
본당도 18개 단체는 25개팀이 동참
상반기 선정도서 18종 2만2천여권 배송
“한 권은 군에 간 아들 몫” 두 권씩 요청
“내용 너무 좋아” 선물용으로 추가 주문
홈페이지운영 부대행사 등 보완점 많아
■ 개인 1414명 참가
열 두 달 여정의 절반을 지난 가톨릭독서운동 「신심서적 33권 읽기」는 책 읽기에 목말랐던 한국교회 신자들의 갈증을 시원하게 풀어주고 있다. 「책 읽지 않는 교회, 책과 멀었던 신자들이기에 가능할까」라는 생각은 기우(杞憂)에 불과했다.
7월 4일 현재 가톨릭독서운동에 온라인, 오프라인으로 등록한 개인 참가자는 총 1414명. 참가본당은 서울, 대구, 광주, 부산, 수원교구 등에서 18개에 달한다. 아울러 교회 기관과 단체에서도 참가신청이 쇄도해 현재 단체 25개 팀이 독서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독서운동 소식을 접한 해외에서도 참가가 연이어 현재 미국 올드 볼티모어 한인본당, 홍콩 한인본당, 필리핀 마닐라 한인본당 등 3개 공동체가 동참중이다. 특히 해외교포교회는 책 구입비 뿐 아니라 값비싼 배송료까지 부담하며 책을 받아보는 등 독서운동에 남다른 애정을 보이고 있다.
■ 90 할아버지도 열독중
이색 참가자들도 눈에 띈다. 김희남(말가리다.서울 신내동본당)씨는 선정도서를 매달 두 세트씩 주문하고 있다. 강원도 철원에서 군복무중인 아들에게 한 세트를 보내기 위해서다.
김씨는 『좋은 기회를 아들과 함께 하고 싶어 책을 보내게 됐다』며 『부대에서 책을 잘 읽고 있다는 연락이 오고 있어 앞으로도 계속 책을 보내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70대 이상의 노인 신자들도 책 읽기에 여념이 없다. 독서운동 참가자 통계로 본 70대 이상 참가자는 20여명. 이중 황호섭(요셉.90.수원교구 안양 중앙본당)씨는 최고령자다. 황씨는 지난 5월 뒤늦게 참여했지만 1~5월 선정도서 15권을 한꺼번에 구입해 열독중이다.
이밖에도 부부가 함께 참여하거나 부자(父子), 모자(母子)간 한 세트를 구입해 책을 돌려 읽는 참가자들도 많다.
■ 참가자 꾸준히 증가
독서운동이 시작된 1월 참가자수가 900여명임을 감안하면 6개월간 약 500여명의 신자가 추가로 독서운동에 동참했음을 알 수 있다. 지나 간 선정도서를 구입할 수 없느냐는 문의가 쇄도해 지난 달 책을 추가로 주문, 발송하기도 했다.
5월에 뒤늦게 참가신청을 한 한 신자는 『본당 교우에게 이야기를 듣고 5월부터 책읽기에 동참하기로 했다』며 『비록 33권을 다 읽지는 못해도 이런 좋은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 늦게나마 신청하게 됐다』고 밝혔다.
개인 참가자뿐 아니라 본당과 단체에서도 독서운동 참가방법에 대한 문의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 주위에 선물하고 싶다
6개월간 도서선정위원회의 엄정한 심사를 거쳐 선정된 책은 총 18권. 「대화」, 「우동 한 그릇」 등 모든 연령대가 손쉽게 읽을 수 있는 교양서적부터 「미사 제대로 드리기」, 「부활의 기쁨 100배 맛보기」, 「성 바오로」 등 신자들의 신앙생활과 연관된 서적까지 다양한 책들이 신자들의 책꽂이를 채웠다.
선정된 책에 대한 참가자들의 반응도 각양각색. 책의 내용이 너무 어려워 중간에 포기하고 싶었다는 신자들도 있었던 반면, 책의 내용이 너무 좋아 주위 사람에게 선물하고 싶다며 추가로 책을 주문하는 경우도 있었다.
광주 문흥동본당은 1월 선정도서인 「일상도를 살아가는 인간」에 대한 신자들의 반응이 좋게 나타나자 2월부터는 바오로 딸 출판사의 「성서와 인간」 시리즈를 신심서적 읽기 도서로 정했다.
지난 6개월간 판매된 책은 총 2만 2000여권. 각 권당 1200여권 꼴이다. 저자 헨리 나웬이 스무 살 난 조카 마르코에게 예수와 인생의 의미에 관해 보낸 편지 형식의 책 「예수 내 인생의 의미」는 선정도서 중 가장 많은 1435권(신문사 주문 기준)이 판매됐다.
■ 보완할 점도 많아
이처럼 지난 6개월간의 독서운동이 교회 신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큰 성과를 거두었지만 보완해야 할 점도 몇 가지 지적되고 있다. 독서운동 홈페이지가 개통 초기에 비해 제대로 이용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시급히 보완돼야 할 문제.
아울러 성인 뿐 아니라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위한 신심서적 선정, 원활한 도서 구매 및 배송 서비스 구축, 독서운동의 지속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다양한 부대행사 개최 등이 필요하다는 것이 독서운동 참가자들의 일관된 지적이다.
한국교회 차원에서는 처음으로 진행되는 독서운동은 이제 갓 첫 단추를 끼웠을 뿐이다. 하지만 이 첫 단추를 통해 책 읽기에 대한 한국교회 신자들의 관심과 열정을 충분히 엿볼 수 있었다.
2005년을 한국교회 독서운동의 원년으로 자리 잡게 하는 데는 남은 6개월, 즉 두 번째 단추를 어떻게, 제대로 끼워 넣을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두 번째 단추는 독서운동 참가자들의 꾸준한 동참이 있을 때에만 제 자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서울 성산동본당 독서운동
책읽고 영화보고 느낌 나누기도…
가톨릭독서운동 「신심서적 33권 읽기」와 더불어 자체적으로 독서운동을 전개하는 본당이 늘고 있다.
서울 성산동본당(주임=김승구 신부)도 그 중 하나.
성산동본당은 지난 4월부터 자체적으로 「신심서적을 읽읍시다」 운동을 펼치고 있다. 4명으로 구성된 「독서도우미」(팀장=김정옥 크리스티나)는 매주 수요일 모임을 갖고 주임신부와 논의를 거쳐 매달 세권의 추천도서를 선정하고 있다. 선정된 책은 주보와 미사 공지를 통해 소개되며 매월 첫째, 둘째 주 주일 미사 때 판매된다.
본당은 도서 선정에 대한 신자들의 의견을 묻고자 도서 추천카드도 자체적으로 제작했다. 아직 시작단계여서 운동 참가자가 적지만 차츰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는 것이 본당 관계자들의 평가다.
본당은 특히 이 운동이 책 읽기에만 그치지 않고 다양한 문화행사로 확대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마더 데레사 자서전」이 추천도서로 선정된 6월에는 책 판매와 더불어 마더 데레사 영화상영도 함께 가졌다.
또 매월 첫째 주 수요일 오전 10시 미사 후에는 「함께 느낌 나누기」라는 독서모임도 열고 있다. 10~15명이 참여한 가운데 열리는 모임에서는 책 선정에 대한 안내, 책을 읽고 난 후의 느낌 나눔 등이 다과와 함께 마련된다.
성산동본당 외에도 서울 구의동, 개봉동, 대치동, 일원동, 화곡본동, 수원 분당 성 마태오본당, 부산 망미본당 등이 독서운동에 나서고 있다. 본당들은 「신심서적 33권 읽기」 선정도서 또는 본당 자체적으로 선정된 도서를 매달 공지해 보다 많은 신자들이 책 읽기에 동참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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