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독서운동 「신심서적 33권 읽기」가 반환점을 돌았다. 지난 6개월간 총 18권의 책이 선정됐으며 매달 1000여명이 넘는 신자들이 개인, 단체, 본당별로 동참하는 성과를 거뒀다. 본지는 지난 6개월간의 독서운동을 중간 결산하며 7월 첫째 주부터 3주간에 걸쳐 상반기 독서운동을 결산한다. 첫 순서로 독서운동에 동참했던 참가자들을 통해 책 읽는 기쁨을 들어본다.
■ ‘여든 넷에 얻은 책 읽는 기쁨’ 고명선씨
“기도하는 맘으로 책 읽죠”
매일 저녁마다 독서
6개월간 17권 완독
『원래 나이를 먹으면 잠이 없어지잖아요. 잠 빨리 오라고 하는 거에요. 허허』
참가 계기에 대해 묻자 반 농담으로 웃음 짓는 고명선(토마.84.대전교구 전의본당)씨.
고씨는 1200여명의 독서운동 참가자 가운데 몇 안되는 고령자다. 이제는 눈도 침침해져 돋보기가 없으면 굵은 글씨도 보이지 않는 나이지만 지난 6개월간 17권의 책을 완독했다. 6월 23일 집을 찾았을 때도 고씨는 6월 선정도서 「성 바오로」를 읽고 있었다.
『막상 책을 읽고 싶어 서점에 가도 어떤 책이 좋은지 모르겠고, 큰 마음 먹고 책을 사와도 의지력이 부족한지 몇 페이지 읽다가 말았어요. 그러던 차에 신문을 보고 「이거 좋겠구나」 생각했죠』
고씨의 독서시간은 매일 저녁 8시. 저녁식사 후 책을 펴는 것이 이제 습관처럼 돼 버렸다. 가장 뿌듯할 때는 책 속에 담긴 내용이 자신이 평소 갖고 있던 생각과 일치할 때, 그리고 책의 내용이 자신의 것이 됐다고 느낄 때다. 가장 기억에 남는 책으로 고씨는 1월 선정도서였던 「대화」를 꼽았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읽어요. 이 나이에 성당에서 무슨 활동을 하겠어요. 그저 피정하는 마음으로, 기도 바친다는 생각으로 책을 읽는 거죠』
나이를 속일 순 없어 책을 읽고 돌아서면 내용이 가물가물하다. 하지만 고씨는 개의치 않고 책을 읽으려 노력한다. 책을 읽을 때 갖는 느낌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어쩌면 완독을 목표로 하지 않았기 때문에 6개월간 꾸준히 책을 읽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고씨는 말한다.
『이렇게 좋은 기회를 마련해 주시니 감사할 따름이죠. 쉽게 읽을 수 있고 신앙생활에 보탬이 될 수 있는 책을 계속 선정해 주셨으면 합니다』
■ 서울 잠실5동본당 청년봉사단체 ‘띠앗누리’
“봉사도 짱! 독서도 짱!”
『이번 주에 「소박한 기적」 주기로 했잖아요. 약속까지 해놓고 너무해요』
입이 한자쯤 빠져있는 이효진(아녜스.21)양. 4월 선정도서인 「소박한 기적」을 아직도 읽지 못해 선배들에게 푸념을 늘어놓는다.
『아무래도 이런 식으로 나가다간 책 표지도 구경 못할 것 같아요. 선배들이 책 줄 생각을 안 하니 개인적으로 독서운동 신청을 하든지 해야겠어요』
서울 잠실5동본당 청년봉사단체 띠앗누리(단장=박소영). 18명의 단원이 활동하고 있는 띠앗누리는 본당 대소사를 지원하고 성가복지병원 자원봉사활동을 갖는 청년 단체다.
「봉사」라는 단어를 마음에 새긴 사람들이 만난 터라 타 청년단체보다 더욱 돈독한 관계를 자랑한다. 하지만 최근 단체 내에 큰 문제가 발생했다. 문제는 바로 신심서적. 띠앗누리는 요즘 신심서적으로 인한 단원 간 불화(?)로 조용할 날이 없다.
단원들이 한 번 읽은 책을 외우기라도 하듯 손에 붙잡고 놓질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선배들의 경우 완독한 책을 아무런 말없이 서로 돌려보기 때문에 후배들의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띠앗누리 단원들은 이제 신심서적을 읽는 것뿐만 아니라 조를 나눠 자신들이 읽은 책을 분석하고 토론할 계획도 갖고 있다.
박소영(카타리나.26) 단장은 『처음엔 독서운동에 참여하는 걸 많이 망설였는데 단원들의 모습을 보며 참가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주최측에서 독서운동 참가자들을 위한 독후감쓰기, 저자초청 강의 등 다양한 부대행사들도 마련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매달 새 책 기다림에 마음 설레입니다”
■* 해외에서 온 편지
다음은 독서운동에 동참하고 있는 필리핀 마닐라 한인본당(주임=이득재 신부)과 미국 올드 볼티모어 한인본당(주임=이찬일 신부)에서 보내 온 편지입니다.
현재 가톨릭독서운동 「신심서적 33권 읽기」에는 필리핀 마닐라 한인본당, 미국 올드 볼티모어 한인본당, 홍콩 한인본당 등 3개 해외교포교회가 동참하고 있습니다.
찬미 예수님
매달 오는 신심서적을 기쁜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습니다. 올해 저희 본당은 독서운동을 사목 방침으로 정하고 3월에 5명의 도서위원회를 구성해 4월부터 본격적으로 독서운동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매달 5 세트의 책을 주문해 신간 서적에 한하여 1권당 20페소(한화 약 400원) 씩 받고 신자들에게 대여하고 있습니다.
해외에서 새 책을 접할 기회가 별로 없고, 또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도 잘 몰랐던 본당 신자들은 너무 좋은 일이라며 기뻐하고 있습니다
본당 신자는 400여명 정도 인데 매달 책을 빌려 보는 신자 수가 80여명, 대출 권수는 250권 정도입니다. 이제 겨우 시작 단계인데 호응이 좋은 편이라서 많은 보람을 느낍니다.
저희 신부님, 수녀님께서도 열심히 동참 하고 계시며 신부님께서는 가끔 강론 내용으로 책을 홍보하고 계십니다. 매달 마지막 주일 미사 때는 그 달 책을 읽은 신자 수와 대출 권수, 가장 많이 동참한 구역 등을 발표해 더 많은 신자들이 호응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있습니다.
늘 다음 달 도서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필리핀 한인본당에서 강재희(헬레나)
안녕하십니까
저희 본당은 사목목표인 「나누고 섬기는 공동체」로 성장하기 위한 방법으로 복음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는 힘과 지혜를 주고, 우리 신앙을 성숙시키는 데 도움이 될 영적 독서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마침 한국에서 「신심서적 33권 읽기」가 전개되고 있다는 소식에 함께 참여하기로 했습니다. 저희는 이민 사회의 현실을 고려, 「신심서적 12권 읽기」로 바꿔 참가 교우가 본당으로 오는 2~3권의 책 중 한 권만 읽도록 하고 있습니다.
현재 76명이 참가하고 있으며 이제 두 달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회원들의 반응이 몹시 좋습니다. 다음 달 책을 목이 빠지게 기다리는 회원들도 많습니다. 해외에 거주하는 교우들에게 이런 편의를 제공해 주시는 것에 대해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계속 이러한 운동에 앞장 서 주시고, 지지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미국 올드 볼티모어 한인본당에서 강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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