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관 건립해 ‘시인의 삶’ 이어받아
육필원고 등 300여점 유품 전시
고인의 뜻 기린 사업회도 발족 예정
평생을 그리스도교적 존재관을 깊이 성찰하며 살고 그것을 투명한 시적 예지로 꽃피운 시인의 업적은 특히 많은 연작시에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시인은 한국에서 연작시를 처음으로 쓰고 또 가장 많이 쓴 작가다. 그의 연작시집에서는 치열한 존재론적 인식과 강렬한 역사의식, 그 체험의 부피에서 오는 메시지가 뿜어져나온다.
대표작의 하나인 「초토(焦土)의 시」는 한국전쟁을 소재로 전쟁의 고통을 초월해 구원의 세계로 나아가는 과정을 그린 연작시다. 대표적인 신앙시작으로 꼽히는 「그리스도폴의 강」은 2년간 시문학지에 연재된 연작시. 50편으로 이어지는 시들은 존재의 생성과 소멸을 신앙적 직관으로 조명함으로써 읽는 이들을 깊은 침잠과 관조의 신앙적 세계로 이끌었다.
「밭일기」, 「까마귀」(1981), 「모과 옹두리에도 사연이」, 「유치찬란」(1989) 등의 연작시에서는 파란에 찬 역사와 병고로 수없이 죽음을 체험한 시인의 자전적 고백을 담았다. 또 자기수행의 표상과 물질주의, 현실의 부조리 등에 대한 경고도 깊이 드러낸다.
이 외에도 시인은 다수의 시집과 수상집, 사회평론집, 희곡 시나리오집 등을 남겼다.
특히 구상 시인은 자전적인 시문집 「구상문학총서」의 집필과 원고 분류 등에 직접 참여했으나 완간을 보지 못하고 떠났다. 현재 시 100여편과 산문을 모아 엮은 총서 제1권에 이어 단시(短詩) 전집인 2권과 연작시 시집인 3권이 출간됐으며 앞으로 희곡, 시나리오, 서간문, 시창작론, 신앙시, 신앙에세이 등을 담은 총서들이 출간될 예정이다.
한편 마지막 순간까지 책과 문학만이 넘쳐난 「가난한 시인」의 삶을 살았던 구상 시인의 흔적은 「구상문학관」에서 가장 많이 엿볼 수 있다.
문학관은 시인이 20여년간 거주하며 창작활동을 해온 낙동강변 옛 집터에 옛 집인 관수재와 함께 세워져 2002년 문을 열었다. 문학관 전시실에는 시인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육필원고를 비롯해 300여점의 유품이 전시돼 있다. 또 대표적인 시 중의 하나인 「홀로와 더불어」를 목판으로 제작해 관람객들이 직접 목판 인쇄를 할 수 있는 체험공간도 마련해뒀다.
도서관에는 시인이 소장했던 2만여권의 책과 유명작가들이 기증한 책 6000여권을 비치해 누구나 열람할 수 있도록 했다. 사랑방에서는 유명작가를 초청 시, 수필 창작교실을 정기적으로 열어 구상 시인의 문학적 업적을 이어가는 노력을 펼치고 있다.
또한 「그리스도폴의 강」 모임 등 구상 시인의 작품을 강독하고 그의 구도자적인 삶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전문가.비전문가 그룹이 온.오프라인상에서 다양하게 활동하고 있으며, 구상 선생의 뜻을 기려 총체적인 문화사업을 펼칠 사단법인 「구상기념사업회」도 조만간 발족될 예정이다. www.poet.co.kr/ks에서는 구상 선생의 작품세계를 장르별로 쉽게 접할 수 있다.
※문의=(054)973-0039 구상문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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