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시대의 ‘참된 예언자’
대사회적 문제 다룬 시세계 펼쳐
복음적 가치관 알리는데도 큰 몫
구상(세례자요한.1919~2004) 시인은 구체적인 삶과 실천을 통해 그리스도교적 존재론을 성찰하고 이를 투명한 예지로 시의 행·간에 담아 이 시대의 「구도자」라는 칭송을 받아왔다.
5월 11일은 그가 선종한지 꼭 1년째 되는 날이다. 선종 1주기를 맞아 한국문학계의 대표 작가들은 추모문집을 발간했고, 시낭송회와 강연회 등 다양한 행사를 통해 그의 문학사적 입지를 되새겨보는 자리를 마련하고 있으며, 「구상기념사업회(가칭)」도 조만간 발족될 예정이다.
시인의 선종 1주기를 맞아 2회에 걸쳐 그 작품세계를 돌아보고 현대문학사 안에서 차지하는 의미를 되짚어본다.
구상 시인은 한국 문학계에서 전인적 인격과 지성을 지닌 한국의 대표적 시인으로 꼽힌다.
그는 항상 『시의 언어 뒤에는 그 말의 내용과 일치하는 등가량(等價量)의 체험과 진실성이 깃들어 있어야 한다』는 명확한 시관(詩觀)의 실천을 강조해왔다. 기교의 경지를 넘어서는 적확 간명한 수사로써 의미의 정곡을 조준하는 데에도 시인이 단연 으뜸이었다.
이러한 작품세계는 「영성과 윤리도덕」의 구현이라는 입장에서 뛰어난 문학적 순기능을 펼쳐왔으며, 대사회적 문제들을 소재로 삼은 시작들은 시대의 참된 예언자적 메시지로 남아왔다.
격동의 시대를 살아가는 사회인으로서의 투철한 책임감은 해방작품에서부터 지속적으로 드러난다. 6?25 전선에서는 민족통일을 향한 비원을 담았으며 1공화국 정권 하에서는 저항적 사회시평집을 내고 투옥을 당하기도 했다. 베트남 전쟁터도 찾아 전쟁의 도덕적인 잘못을 꼬집기도 했다.
가톨릭문학사의 거인
구상 시인은 한국현대시사에서는 물론 한국가톨릭문학사에서도 매우 중요한 입지를 차지하고 있다.
그는 「가톨릭 시인」이라는 헌사를 붙일 수 있는 거장이자 커다란 별이며 진정한 스승으로 남아있다.
그의 시에 대한 평은 「인간과 세계의 존재론적 심부에 있는 어둠과 절망에 맞서 구원의 여정을 걸어간 가톨릭 시인」이라는 말로 요약되곤 한다. 시인은 시의 한 축은 현실 인식을, 또다른 한 축은 그리스도교적 존재론으로 세웠다. 현실의 부정과 불의는 시를 통해 그리스도교적 참회로 귀결돼왔다.
또 시인은 가톨릭교회의 진리뿐 아니라 한국의 건국신화와 선불교적 명상, 노장사상까지 포용하는 사상적 기반과 동서고금의 주요 문화의 핵심을 두루 섭렵한 폭넓은 지식을 배경으로 작품세계를 펼쳐나가며 복음적 가치관을 보편적으로 알리는데 남다른 몫을 해왔다.
이러한 구상 시인의 시작세계는 가톨릭문학의 활성화에도 큰 힘과 동기를 부여했으며 후배 문인들의 활동에도 긍정적인 뒷받침이 돼왔다. 아울러 시인은 가톨릭신문이 제정한 「한국가톨릭문학상」의 운영위원장으로서 상의 제정과 운영 및 가톨릭적 작품 발굴에도 큰 힘을 쏟아왔다.
특히 구상 시인의 작품은 문학지 외에도 다양한 일반 언론 지면에 청탁에 의해 발표되고 교과서에도 실리는 등 보편적인 감응력을 보여왔다.
시인은 한국인으로서는 유일하게 프랑스 문인협회가 선정한 세계 200대 시인에 포함됐으며 그의 작품은 일찍부터 영어와 프랑스어, 독어, 스웨덴어, 일어 등으로 번역돼 세계 문학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며 문학을 사랑하는 각국 사람들의 가슴에 감동으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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