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상자/ 시인 김형영 인터뷰
“영성의 깊이, 문학에 더 깊이 반영”
『하느님은 「없이 계시는 분」 아닙니까. 수평선 넘어 영원히 안보일 것 같은 곳을 보는 길은 「믿음」 뿐입니다』
고해성사처럼 쓴 시집 「낮은 수평선」으로 가톨릭문학상을 수상하게 된 김형영 시인은 『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자기성찰과 영성의 깊이를 문학에 더욱 깊이 반영하도록 노력하겠다』는 다짐을 가장 먼저 밝혔다.
김시인은 지난 1979년 영세 후 종교적 참회와 고백을 담은 시집, 평화의 세계에 대한 믿음의 시집, 묵상시집, 순례시집 등을 다양하게 펴낸 중견시인이다. 이번 문학상 수상으로 끈질긴 성찰 속에 태어난 그의 시작들이 가톨릭적 가치를 더욱 발할 듯하다.
김시인은 미당 서정주 선생을 사사하면서 오랫동안 「감동」과 「시적 미학」을 파고드는데 혼신을 다해왔다. 그가 「종교시」로 눈길을 돌린 것은 구상 선생을 만나면서부터다.
『「아무리 뛰어난 감수성을 지녔고 또 분방한 자유정신의 소유자라 해도 역사의식과 윤리의식, 영성이 없이는 위대한 시인이 될 수 없다」라는 구상 선생의 말씀은 「시적 의미」에 대한 새로운 눈을 뜨게 했습니다』
이후 내면적 성찰과 영성에 깊이 침잠하기 시작한 김시인의 삶은 절절한 통회 시편들로 모습을 드러낸다. 처절한 기도에 이어 가톨릭문인회에도 입회했으며 김대건 신부 순교 150주년 기념시 등의 결실도 남겼다.
현재 시인은 본연의 시작업과 더불어 「착한이웃」이라는 잡지 편집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시인은 『무료병원인 요셉의원에서 발행하는 이 잡지는 날마다 싸움질이나 하는 세상 소식이 아닌 긍정적이고 따뜻한,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싣는다』며 큰 자부심을 드러냈다.
『현사회 안에서도 부활한 삶을 살도록 노력해야잖습니까? 예수님께서는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과 함께하시려고 오셨음을 늘 기억합니다』
앞으로 시인은 「선악(善惡)」 문제를 담은 시작을 펼쳐낼 바람을 갖고 있다.
『흙탕물이 가라앉아 연꽃을 피우는 밑거름이 되듯, 악도 선을 위한 영양분으로 변화될 수 있습니다』
악에 대항해 몰아치듯 싸울 것이 아니라 「용서와 화해」를 통한 기다림의 의미를 깊이깊이 성찰하겠다는 시인의 말이다.
■ 수상작/ ‘낮은 수평선’
신을 찾아가는 순례의 시
제8회 한국가톨릭문학상 수상작으로 선정된 「낮은 수평선」은 중견 시인 김형영(스테파노.61)씨의 여섯 번째 시집이다.
시인은 이번 시집에 담긴 작품들을 일컬어 「신을 찾아가는 순례의 시」라고 밝힌다.
제목에서도 표현했듯이 「낮은 수평선」에서 시인이 던진 화두는 「수평선」. 시인은 하늘과 바다가 맞닿은 경계선인 현실의 수평선에 빗대 「너」와 「나」 사이에 놓인 경계선에 대한 고뇌들을 다양한 시어로 엮어냈다. 「수평선」을 지나 찾는 「너」는 시인으로서, 신앙인으로서 지향하는 자아와 현실 속의 나 사이에서 끊임없이 번뇌하는 시인의 모습이다.
인간관계 안에서 받은 상처로 몸부림치며 고뇌하는, 그러나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구속신비에 감사하며 감격어린 표현을 마다않는 시인의 모습이 고백체로 엮어진 시 안에 오롯이 담겨있다.
시인은 『시는 이 세상에, 또한 나 자신에게 나를 고해하는 유일한 길』이라며 『시는 이 세상에 바치는 꽃이고 나는 그 제단에 바쳐지는 꽃』이라고 말한다.
▶ 김형영 시인 약력
1944년 전북 부안 출생
1966년 문학춘추 신인 작품 모집 시 당선
1967년 문공부 신인예술상 시부문 수상
1987년 현대문학상 수상
1993년 한국시인협회상 수상
1997년 서라벌문학상 수상
▶ 작품
〈시집〉 「침묵의 무늬」 「모기들은 혼자서도 소리를 친다」 「다른 하늘이 열릴 때」 「기다림이 끝나는 날에도」 「새벽달처럼」 「홀로 울게 하소서」 「낮은 수평선」
〈편저〉 「내가 찾은 숲속의 작은 길」 「한국전래동요선」
■ 심사평/ 조창환(토마스 아퀴나스.아주대 국문과 교수)
“시인의 양심·고통을 승화”
수상 후보로 마지막까지 거론된 대상들은 모두 문학적 형상력이 뛰어난 중견 시인들의 작품집들이었다. 심사위원들은 이 상의 제정 취지에 따라, 탁월한 문학적 성취도와 아울러 가톨리시즘의 구현이라는 정신적 가치를 지니고 있는가를 중요한 심사 기준으로 삼았다.
수상작으로 결정된 김형영 시인의 시집 「낮은 수평선」은 이러한 기준에 합당하다는데 심사위원들은 이의 없이 동의하였다.
오랜 문학적 경력을 쌓아 오면서 가톨릭 정신에 입각한 시를 발표해온 김형영 시인의 시들은 인간적 고백의 진정성과 함께 하느님 앞에서의 진실한 자아성찰과 겸허한 자복의 자세를 보여준다. 이 시집에는 인간적 삶의 번민과 고뇌가 솔직하게 드러나 있을 뿐 아니라, 하느님 앞에서 한없이 낮아지고 작아지는 존재자의 모습이 꾸밈없이 묘사되어 있다.
김형영의 시는 인간 존재의 비천함을 솔직히 고백하는 데서 출발한다. 그는 인간 사이의 관계에서 오는 「상처」와 「멍」을 감추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러한 생의 아픔 속에서 솔직하게 드러나는 미움과 사랑의 복합적인 감정 속에 더욱 절실하게 다가오는 구원에의 갈망을 노래한다. 그것은 인간적 양심의 울림이며 절대자 앞에 꿇어 엎드린 자성(自省)의 모습이다. 때로 자학적이기까지 한 그의 자의식은 하느님 앞에서의 뉘우침과 고백을 통해 새 삶의 지평을 열어 보인다.
김형영의 시는 소품이 많고, 종교적 메시지를 너무 전면에 내세워서 읽는 이를 부담스럽게 하는 면이 있다. 또한 그의 시에 담긴 주제의식은 지나치게 비관적인 색채가 짙어서 어둡고 우울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이러한 특성은 그의 시가 응시와 관조의 언어를 통하여 고통 받고 있는 시인의 양심을 고백한다는 점과 관계가 있다.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는 일과 함께 타인의 행동에 대한 비판과 질책의 시선이 그의 시에 숨겨진 고통의 깊이를 더한다.
그는 자신에 대하여서는 『오늘밤 내 병든 몸 밝히려고/저 혼자 타고 있는 촛불 하나/ 허공과 같아라』(「촛불 하나」 중)라고 말하며 자신의 고통을 객관화하여 응시하는 한편, 타인에 대하여서는 『스스로 밥이 되고 술이 되어서/맨발 거지로/ 우리 앞을 지나가는 사람,/ 그 사람이 누군 줄 뻔히 알면서도/ 우두커니 바라만 보고 서 있는/ 당신은 누구세요』(「먼산바라기」 중)라고 말하며 질책한다.
그의 시에 나타난 이러한 정신은 우리 시대의 타성에 젖은 종교적 자세에 대한 깨우침이며 고통 받는 양심의 고백이기도 하다. 우리는 김형영의 시를 통하여 희생의 행동을 외면한 채 타성적 신앙생활에 젖어있는 자아의 모습을 발견하고 부끄러움을 느낀다. 이 점이 그의 시가 지닌 종교적 진정성이며 승화된 고통의 문학적 형상화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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