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보면서 교리 배우니 머리에 ‘쏙쏙’
‘매트릭스’‘쿼바디스’ 등 영화 13편 활용
짤막한 화면 통해 교리교육 효과 극대화
가톨릭교회는 과거에 종종 대중문화 상품들에 대해 주의와 우려를 표시하곤 했지만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에는 이를 복음 선포의 유용한 도구로서 선용할 것을 권고해왔다. 이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이 영화이다.
영화는 실제로 매우 자주 그 역동성과 서사성, 인간 구원의 존엄한 가치를 풍성하게 포함하고 있는 성서에서 그 주제와 소재들을 발견해왔다. 따라서 영화는 하느님의 창조 경륜과 인간 구원과 세상의 이치를 사람들에게 전해줄 수 있는 가능성을 이미 풍부하게 간직하고 있다.
최근 의정부교구 김남철 신부(가톨릭대 신학대 교수)가 펴낸 「영화로 하는 교리수업」(시우/175쪽/1만2000원)은 영화가 지닌 교육적 측면을 훌륭하게 보여주고 있다. 김신부는 1993년부터 프랑스 파리에서 교리교수법과 시청각교리교육을 배운 후, 1998년 귀국해 지금까지 이른바 시퀀스(Sequence, 영화에서 몇 개의 장면이 모여 이룬 일련의 화면)를 교리교육에 적용해왔다.
『영화의 전체를 그대로 다 보여주는 것은 큰 도움이 안되기 때문에, 한정된 주제를 집약적으로 품고 있는 시퀀스를 보여줍니다. 거기에 나오는 등장 인물과 그 행위, 빛과 조명, 소리와 음악, 카메라의 움직임 등을 파악하고 각자가 파악한 내용과 의견을 나누는 과정을 통해서 교육적 효과를 거두게 됩니다』
대개 40분에서 1시간 남짓의 교리교육에 활용하기 위해서 필요한 시퀀스는 5분 정도가 적당하다. 최소한 3번 이상을 보여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간단한 시퀀스 소개에 이어 학생들은 소그룹으로 나뉘고 그룹별로 개개인에게 각자 책임을 지고 관찰할 역할, 즉 「작업 포스트」를 지정해준다. 그리고 각자 주어진 책임 포스트에 대해서 발견한 것들을 나누게 된다.
이러한 교리교육 방법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중요한 것은 상영할 시퀀스를 찾아내는 작업이다. 「영화로 하는 교리수업」은 모두 13편의 영화에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시퀀스를 뽑아서 제시한다.
예컨대, 종교와는 무관한 듯 보이는 영화 「매트릭스」(Matrix)에서 저자는 대표적인 세 부분의 시퀀스를 제시한다. 「모피어스」가 「네오」를 만나는 장면부터 네오가 빨간 약을 선택하는 장면까지 2분 57초 분량의 시퀀스를 통해 우리는 삶 안에서 자신의 선택 과정들을 성찰하게 된다.
네오가 배양관에서 깨어나는 장면의 두 번째 시퀀스에서는 죽음에서 건져 올려지는 새 생명과 세례의 의미를 발견하며, 총에 맞아 쓰러진 네오가 다시 소생하는 시퀀스는 부활과 파스카의 신비를 성찰하게 한다.
매트릭스 외에 벤허, 죽은 시인의 사회, 미라클 워커, 미션, 시티 오브 조이, 천국의 아이들, 잔 다르크, 쿼바디스, 십계, 레미제라블,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 등의 영화에서 뽑아낸 시퀀스들이 소개됐다.
이 책에 실린 내용은 월간 「가톨릭 디다케」에 2001년 11월부터 2002년 12월까지 연재된 바 있다. 저자는 이미 다양한 교리교육 현장과 성인 피정 등에서 이러한 교리교육 방법들을 실시하면서 기대를 넘어서는 효과를 경험함으로써 이미 충분한 「임상실험」을 거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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