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문정동본당 만남의 방 한쪽 벽면은 책으로 가득하다. 어린이 대상 위인전기부터 신심서적까지 2천여권의 책들이 비치돼 있다. 아래는 김명숙씨
개인 참가자 1700여명에 30여개 본당 참여
사목자들의 필요성 인식·관심이 “최대관건”
본당별 독서모임·동호회 등 결성노력도 필요
[전문]
가톨릭독서운동 ‘신심서적 33권 읽기’가 20여개월 째로 접어들고 있다. 신앙의 샘이자 양식인 책을 보다 가까이 해 책 읽는 교회를 구현하고자 시작된 가톨릭독서운동은 본당·단체와 개인 참가자들의 높은 관심 속에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책 읽는 교회, 한 발 더 다가서다’
가톨릭독서운동은 관심 있는 신자들만 읽던 신심서적을 교회 내에 보편화시켰다. 개인 참가자를 기준으로 지난 일 년 반 동안 신심서적을 한번이라도 구입한 신자는 1700여명. 본당 참가 인원을 더하면 실질적으로 신심서적을 접한 신자 수는 더욱 많다.
도서선정위원들의 신중한 검토를 거쳐 소개되는 선정도서는 매달 어떤 책을 읽을지 몰라 고민하던 신자들에게 중요한 길잡이다. 독서운동에 참가하고 있는 많은 신자들은 쏟아지는 책들 중에서 양서를 고르는 데 독서운동 선정도서가 큰 도움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독서운동은 책을 ‘함께’ 읽는 문화도 만들어냈다. 독서운동에 동참한 본당은 현재까지 30여개. 신자들이 함께 읽고 느낀 점을 나누며 공동체 전체가 책과 함께 성숙해 져 가고 있음을 곳곳에서 감지할 수 있다.
가톨릭독서운동에 직접 참여하지는 않지만 본당의 상황에 맞춰 책 읽기를 전개하는 본당도 눈에 띄게 늘었다. 서울 성산동본당은 본당 자체적으로 독서도우미를 꾸려 신자들에게 안내하고 있다. 본당 설립 25주년 행사로 영적 독서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는 서울 서초동본당은 매달 한 권의 책을 신자들에게 추천하고 ‘작가와의 만남’도 마련하고 있다.
이밖에도 20여개 본당이 본당 자체적으로 일 년 20권, 한 달에 한권 읽기, 좋은 책 읽기 운동 등 다양한 형태의 독서운동을 전개하며 신자들에게 책 읽기를 권하고 있다. 비록 일 년 또는 6개월간 한시적으로 전개되거나 참가자 수가 부족해 중단되는 곳도 있었지만, 신심서적에 대한 관심과 공동체 책 읽기가 점차 확산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처럼 가톨릭독서운동 ‘신심서적 33권 읽기’는 책 읽기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독서문화 저변을 확대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일단 책을 읽는 신자와 본당공동체가 전에 비해 크게 늘어났다는 것에서 성과를 찾을 수 있다.
문제는 이런 결실을 바탕으로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교회 독서 문화 정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많은 본당이 책 읽기에 동참하는 까닭은 신심서적이 그 자체로 강력한 신자 재교육 프로그램이라는 점이다. 신심서적을 접하는 신자들은 책을 통해 교회의 가르침을 더욱 깊이 배우고 실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깨닫게 된다. 신자 개인의 성숙은 나아가 본당 공동체의 성숙을 이룰 수 있게 된다.
따라서 많은 사목자들이 독서운동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관심을 가져야 한다. 사목자들의 강한 의지와 추진 없이는 공동체 내에서 독서운동이 확산되는 데 한계가 있다.
아울러 책 읽기에 머물고 있는 교회 독서운동이 보다 장기적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본당별로 독서모임이나 동호회를 꾸리는 노력도 필요하다. 독서모임이나 동호회는 책을 읽는 데만 그치고 있는 현재의 독서운동이 보다 확고히 자리 잡는 장이 될 것이다.
성당이 기도만 하는 공간이 아니라 책도 읽고 나눌 수 있는 장소로 거듭날 수 있도록 공간을 활용해 도서관을 만드는 것도 책 읽는 교회 만들기의 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1년 반 동안 신심서적 읽기 동참한 김명숙씨
“좋은 책 읽으며 마음의 양식 쌓아요”
“좋은 책을 추천해주셔서 감사할 따름 이죠.”
‘신심서적 33권 읽기’가 시작된 2005년 1월부터 한 달도 거르지 않고 독서운동에 동참해 온 김명숙(아녜스.67.서울 풍납동본당)씨. 이전에도 매달 4, 5권씩의 책을 사 읽을 정도로 책 읽기를 좋아했던 김씨는 독서운동과 함께 한 시간이 양서를 쉽게 만날 수 있던 알찬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성경공부를 열심히 해 온 덕분에 교리나 성경 관련 서적처럼 어려운 책도 읽을 수 있었다”는 김씨는 신자가 아닌 남편에게는 ‘우동 한 그릇’처럼 종교색은 없어도 내용은 알찬 책을 추천해줄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일 년에 책 한권 읽는 것도 벅찬 데 다섯 권을 한 달에 읽는 비법은 있을까?
김씨는 “한 번 손에 잡은 책은 어렵거나 재미가 없어도 끝까지 읽는 습관을 들였다”고 말했다. 또 한 가지는 한밤중에 책 읽기다. 김씨는 교리나 성경 관련 책 등 어려운 책은 밤에 정독을 한다고 설명했다.
“남편은 뭐가 그리 재미있어서 한밤중에 일어나 책을 보느냐고 하지만 밤에 책을 읽으면 내용도 눈에 더 잘 들어와요.”
독서운동 기간 선정된 도서만도 50여권. 김씨는 이중 대부분의 책을 본당 교우에게 빌려주고 있다. 혼자만 보기 너무 아까워 빌려주지만 정작 책을 받은 사람들의 반응이 미지근해 아쉽다.
“독서운동이 너무 좋아 몇몇 교우들에게 추천했는데 얼마 안 있어 못하겠다고 두 손을 놓더라고요. 요즘 젊은 사람들 책의 맛을 모르는 것 같아요.”
일주일에 한번 미사만 참례하고 가는 사람들, 일 년에 한두 번 피정하는 것으로 신앙생활을 다한 것처럼 사는 신자들이 신심서적을 더 가까이 했으면 하는 것이 김씨의 바람이다.
■‘좋은 책 읽기 운동’ 전개하는 서울 문정동본당
“좋은 책 그냥 빌려드려요”
만남의 방에 2천여권 비치…공동체 변화에 한몫
서울 문정동본당 만남의 방 한쪽 벽면은 온통 책으로 가득하다. 어린이 대상 위인전기부터 성경, 신심서적까지 2천여권의 책들이 책장을 빼곡히 채우고 있다.
본당(주임 김홍진 신부)이 만남의 방에 도서를 비치한 것은 올 5월. 5월 한 달 간 신자들로부터 기증 받은 도서를 본당 초등부자모회가 연령대, 종류별로 분류해 작은 도서관을 만들었다. 5월 27일부터는 본격적인 대출서비스도 시작했다. 도서 기증에 대한 신자들의 관심도 남달라 책 대신 도서 구입비용을 봉헌하는 신자도 있었다.
도서 기증에 대한 신자들과 관심과 노력으로 책 읽는 공간이 만들어지면서 만남의 방 분위기도 바뀌었다. 미사 후 차 한잔을 위해 들른 신자들, 그리고 방학 중인 아이들의 쉼터인 만남의 방에 책이 자리하면서 자연스럽게 책 읽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본당이 올 3월부터 전개하는 ‘좋은 책 읽기운동’도 책과 가까워지는 공동체로의 변화에 한 몫을 했다. 본당은 초등부 자모회 회원으로 봉사자를 꾸려 매월 ‘유치부, 1, 2학년’, ‘3, 4학년’, ‘5, 6학년’, ‘성인’ 대상 추천도서를 선정, 주보에 공지하고 성물방에서 판매하고 있다.
또 매달 독후감 공모 당선작은 주보에 싣고 당선자에게는 ‘성경’ 또는 다음 달 추천도서를 선물로 주고 있다. 현재까지 추천된 도서는 따로 책장을 마련해 한쪽에 비치해 놓고 언제든지 신자들이 읽을 수 있도록 했다.
본당 보좌 한정일 신부는 “도서 대출과 좋은 책 읽기 운동으로 책에 대한 신자들의 관심이 높아졌음을 느낄 수 있다”며 “단순히 만남공간에 불과하던 만남의 방이 하나의 문화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고 전했다.
출판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