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한국교회는 독서 중”
올 한해는 책 읽는 해 될 듯
2005년 대망의 한해, 한국 천주교회는 독서 삼매경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책 읽기」가 한국의 천주교 신자들에게는 그렇게 낯선 것이었지만 이제는 그런 선입견과 편견이 무너질 때가 된 듯하다. 책읽기에 나선 천주교 신자들의 모습은 이미 여러 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서울대교구 화곡본동본당이 올 한해 「영적독서 30권 읽기」에 나섰고, 개봉동본당에서도 1월 1일부터 「신심서적 24권 읽기」를 시작해 책을 통해 하느님을 만나고 신앙적인 성숙을 꾀하고 있다. 신수동본당이 신심서적 읽기에 나선 것은 이미 꽤 오래 됐다.
각 본당 독서운동 활발
화곡본동본당(주임=차원석신부)의 「영적독서 30권 읽기」는 연중으로 실시된다. 그중에서 7월과 8월, 책읽기가 힘든 여름에는 잠시 쉰다. 본당에서는 전체 본당 교우들을 대상으로 책읽기를 실시해 매월 추천된 3권의 영적 도서를 읽고 독후감을 쓰도록 했다. 이를 위해서 본당에서는 자체 제작한 독서노트를 제공한다. 추천도서는 이미 30권의 선정이 완료돼 있다.
화곡본동본당의 영적 독서 운동은 올 한해 본당의 중점 추진 사항 3가지 중의 하나이다. 그 첫 번째가 문화영성대학, 두 번째가 독서운동이고, 세 번째가 인터넷 성서구절 이어쓰기이다. 모두가 문화적인 접근을 하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개봉동본당(주임=장춘호 신부)은 추천도서가 24권이다. 화곡본동본당과 다른 점은 독서카드를 활용한다는 것과 추천도서를 매월 선정해나간다는 점이다. 역시 올 한해 동안 본당 전 교우를 대상으로 실시한다.
참가자들은 모두 개인별 독서카드를 작성하고 제출함으로써 참가자와 독서권수를 집계하도록 하고 있으며, 도서선정위원회에서 매월 2권씩 추천도서를 선정해 발표한다. 또 연중 2회 작가를 초빙해 강연회를 가질 예정이다.
반면 신수동본당(주임=김민수 신부)은 벌써 한참 전부터 신심서적 읽기를 시도해오고 있다. 본당 주임신부의 적극적인 관심에서 비롯된 이 운동은 우선 매주 목요일 평일미사 때 사제의 강론으로 시작된다. 책을 선정해 홍보하고 매주 일정한 분량을 읽도록 진도표를 나눠준다. 그리고 매주 목요일 강론 때 읽은 부분에 대해서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형식이다.
이러한 시도는 곧 독서동호회의 구성으로 이어졌다. 10여명의 신자들의 자발적인 모임이 구성되고 묵상, 시낭독, 연극, 그림 등 다양한 형태로 독후감이 발표되는 모임을 매주 한 차례씩 이어가고 있다.
공동체적 독서운동의 원년 예감
사실, 공동체적인 독서운동이 전국적인 관심을 불러온 직접적인 계기는 서울대교구 잠실7동본당의 「신심서적 54권 읽기」였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0월말 잠실7동본당의 독서운동 성공 사례가 가톨릭신문의 취재 보도를 통해 큰 화제가 됐다. 한 달에 한 권도 아니고 거의 매주 한권씩의 책을 읽는 강행군이 1년 동안 계속됐고, 그 결과 본당 공동체의 획기적인 영적 성장이 이뤄졌다는 소식은 전국 각 본당의 큰 관심을 불러왔다.
이 운동의 성과는 단지 1주일에 책 한권을 읽었다는 물량적인 측면보다는 오히려 천주교 신자들이 책을 읽었다, 나아가 공동체가 함께 책을 읽었다는 점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천주교 신자들이 스스로 한탄하듯, 실제로 천주교 신자들은 책을 멀리해온 것이 사실이다. 한국 사람들 전체의 독서량이 다른 나라에 비해서 유독 낮다는 점, 더욱이 다른 종교인들에 비해서 천주교 신자들의 책에 대한 관심이 극도로 낮다는 평가는 그리 낯선 것이 아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몇 군데에서 확인한 사례들은 그러한 선입견이 이제는 극복되고 버려질 가능성을 보여주고도 남는다.
책읽기에 대한 열망…폭발적 호응
특히 잠실7동본당의 사례에서 가능성을 발견하고, 가톨릭신문사에서 12월초부터 시작한 「신심서적 33권 읽기」에 대한 전국적인 관심과 참여는 「책 읽는 천주교」를 전망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신심서적 33권 읽기」 참가자 모집 공고가 나간 뒤, 전국에서는 참가자가 쇄도했다. 특히 개인 참가자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는 기대 이상이었다. 그만큼 「책읽기」에 대한 신자들의 갈구는 이미 충만해 있었던 것이며 그런 욕구와 갈망을 충족시켜주지 못한 것은 오히려 교회의 책임이 아니었나 할 정도였다.
참가자들은 독서운동을 시작하면서 다짐과 기대를 함께 표시하고 있다. 독서운동을 위해 새로 개설한 인터넷 사이트(www.catholictimes.org/bo ok33)에는 참가자들이 결코 만만치 않은 33권 읽기를 열심히 하겠다는 다짐이 담겨 있었다.
너무나 폭발적인 호응 탓에 주최측에서는 미진한 준비에 더욱 박차를 가하며, 좀더 내실 있는 독서운동을 펼쳐나가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이미 곳곳에서 시작된 30권, 24권, 월 1권의 책읽기 운동, 그리고 가톨릭신문사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33권의 책읽기 운동 등 권수와 운동의 전개 방식에는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바야흐로 한국 교회가 「책읽기」에 나서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책읽기는 앞으로 한국교회와 한국 천주교 신자들이 신앙적으로 깊이를 다지고 성숙할 수 있는 훌륭한 자양분이 될 것임을 의심치 않는다.
◎인터넷 독서운동 사이트에 넘치는 다짐과 기대
“참 좋은 운동, 열심히 하겠습니다!”
「신심서적 33권 읽기」를 위한 인터넷 독서운동 사이트(www.catholictimes.o rg/book33)에는 모든 참가자들이 독서운동에 거는 기대와 다짐이 풍성했다. 다소 벅차 하는 분들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참여해서 12월에는 뿌듯한 성취감을 맛볼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었다.
●…『이번 신심서적 33 권 읽기를 계기로 가톨릭 신자들의 독서열이 전국으로 번져나갔으면 좋겠습니다. 독후감 코너도 활성화 되어서 책을 읽고 여러분들의 진솔한 느낌과 감상들을 만날 수 있었으면 정말 좋겠습니다』(블랑디나)
●…『참 좋은 운동이라 생각하고 참여했습니다. 직장 관계로 33권의 책읽기가 쉽지는 않겠지만 열심히 읽겠습니다. 이러한 운동을 통하여 우리의 심신이 더욱 깊어졌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전국의 가톨릭 신자와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이 가슴 벅찹니다』(조동호)
●…『발품신앙, 악세사리신앙 등등…올해는 모두 떨쳐버리고 마음으로 우러나는 신앙, 봉사하는 신앙, 공동체와 함께하는 신앙, 이웃과 나누는 신앙인이 되도록 열심히 읽고 실천^?^;』(황영희)
어떤 분들은 참가자들에게만 국한되지 않고, 이웃들에게로 운동이 폭넓게 확산되기를 바라면서 다양한 확산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참 좋은 계기라 생각됩니다. 기왕에, 좋은 선물하고 같이 읽고 서로 나눌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하구요. 가까운 사람들끼리 이런 기회가 있으면 좀 더 이 운동이 확산 되고 개인적으로도 효과가 배가되리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런 제도를 도입하여 주시면 더욱 편리하겠습니다』(김한기)
또 교도소나 군부대에 책 보내기 운동도 제안됐다.
●…『가톨릭 신문사를 통해 신심서적 33권 읽기 취지에 크게 공감하며 참여하면서 아울러 군부대에 책을 보낼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우선 제가 가고 싶던 광성대나 무열대 성당에 우선 보내고 싶고 전국 군부대에도 관심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이를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이나 아이디어 가지신 형제께서는 제게 연락 주시면 고맙겠습니다』(장두현)
*참가자 이모저모
83세 고명선옹, “완독해 복음적 삶 살터”
LA 오안젤라씨, “복음 나누는 마음으로 참여”
●…독서운동 참가자들 중 최고령을 기록한 분은 올해 83세의 고명선(토마?83?충남 전위본당) 할아버지. 고 할아버지는 원래 독서를 즐기시던 분이시라는데, 『가톨릭 신자로서 이런 운동이 시작된 것이 너무 반갑고 기쁘다』며 『나이는 많지만 1년 동안 33권을 완독해서 더욱 충만한 복음적 삶을 살겠다』고 자신감을 불태웠다.
●…송명옥(미카엘라·65·수원 범계본당) 할머니는 불편한 몸이지만 꼭 참여하시겠다며 본당 교우인 김순식(마리아)씨에게 참가신청을 부탁했다. 김씨는 『할머니가 직접 신청하시고 싶어하셨는데, 귀가 어두우시고 거동이 불편하셔서 대신 신청을 한다』며 『신심서적읽기 운동이 할머니의 삶에 활력소가 된 것 같다』고 귀띔.
●…미국 LA에 거주하는 오 안젤라씨는 『가톨릭신문을 통해 한국교회 소식을 알고 지내다가 독서운동 기사를 보고 바로 전화를 걸었다』며 『몸은 멀리 떨어져 있지만 한국의 교우들과 함께 복음을 나누는 마음으로 운동에 참여하겠다』고 말했다.
●…가게일이 끝나면 밤 12시가 넘는다는 지병숙(마리아.54.서울 가락동본당)씨는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가게일을 하기 때문에 책읽기가 수월치 않다』면서도 『이런 기회가 흔치 않은 만큼 자는 시간을 아껴서라도 운동에 참가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군부대에서 가톨릭신문을 보고 참가신청을 한 송정호(알베르또)씨는 『신심서적읽기 운동이 거칠고 삭막할 수도 있는 군 생활에서 내적 복음화를 위한 도구가 됐으면 좋겠다』며 『복무 기간 동안 전우들과 함께 운동에 참가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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