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가들이 풍경, 정물, 추상, 종교 등 어떤 주제를 선택하든 그것은 동시대 인간의 삶에 관한 이야기가 된다. 미술가 자신 또한 살고 있는 시대적 상황과 분리될 수 없기 때문이다.
김현화 교수(베로니카.43.숙명여대 회화과 및 미술사학과 교수)는 특히 『성서는 인류의 역사이며 현대에도 진행 중인 인간의 이야기』라고 강조한다.
형식주의로 나아가는 현대미술 안에서 서양미술의 주요 주제인 성서는 진부한 것이 됐다. 그러나 20세기 들어서도 성서는 종교적 차원을 넘어 현대인의 개인적 고통과 전쟁의 비극 등에 은유되면서 미술의 주제로 끊임없이 다뤄지고 있다.
예컨대 가난과 질병 고독함으로 그 어떤 소설보다 드라마틱한 생애를 산 반 고흐의 작품활동은 인간의 아들로 태어나 온갖 고난을 겪은 예수의 삶과 비견되곤 한다. 20세기 가장 전위적인 모더니스트 미술가로 손꼽히는 끌레는 천사의 모습을 통해 영혼의 세계를 드러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김교수는 최근 펴낸 「현대미술 골고다의 초대」(숙명여대 출판부/386쪽/1만8000원)에서 결국 인간 삶의 이야기일 수밖에 없는 성서 이야기가 현대미술가들의 작품을 통해 어떻게 표현되고 있는 지 소개한다.
십자가에 못박힌 그리스도와 그를 음해한 대사제, 무지한 대중, 경박한 로마 군인, 그리고 예수를 진정 믿고 사랑한 사람들의 모습은 이데올로기, 종교,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적이 되고 그 적을 음해하고 죽이기 위한 전쟁과 살인, 모함을 끊임없이 반복하는 현재 우리의 모습을 투영하기에 성서는 현실과 동떨어져있지 않다. 특히 20세기의 미술가들은 「십자가 책형」에서 인간성 상실 등의 비극적인 실존 문제와의 동질성을 찾고 또한 위로를 얻고 있다.

『회화 하나하나가 담고 있는 주제를 분명히 알고 싶어 성서의 내용을 찾아 대비시켰지만 결코 성서의 이야기에 그림을 꿰맞추고자 하는 의도는 아닙니다. 오히려 주제를 분명히 함으로써 회화가 성서의 교리적 측면에서 이탈돼 얼마나 자유롭고 풍요롭게 독립된 세계를 형성하고 있는지 밝히고자 합니다』
「교회와 현대미술」 「화가의 자화상」 「비극을 통한 구원의 약속」 「현대인의 실존」 「추상미술이 된 성서」 등 5개 소주제로 나눠 각 작품에 담긴 인간 삶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과 해답을 찾아나가고 있다. 전면 컬러로 작품 감상의 매력도 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