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문단의 큰 나무, 소설가 박완서(정혜 엘리사벳.73)씨. 불혹의 나이에 등단해 어느덧 고희를 훌쩍 넘긴 그가 자신의 열다섯번 째 장편소설 「그 남자네 집」(현대문학/310쪽/9000원)을 독자들 앞에 내놓았다. 「아주 오래된 농담」 이후 4년 만이며, 현대문학 창간 50주년을 기념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신작 장편은 「나목」,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등의 「박완서표 자전소설」 계보에 드는 작품. 작가의 말을 빌리자면 20대에 경험한 첫 사랑을 50년이 지난 뒤에 고스란히 되살려 놓은 「자전적 연애소설」이다.
박완서만의 독특하면서도 기지 넘치는 문장이 전체를 이루고 있어 읽는 재미는 물론 진한 감동을 선사한다. 중심 줄거리에서 벗어나는 등장인물도 각각의 개성이 두드러져 작품의 다른 한 축을 받쳐준다.
책은 주인공 「나」가 어린 시절에 살던 돈암동을 방문, 첫사랑 그 남자네 집을 찾으면서 시작된다. 이어 소설은 6.25 전쟁 후 우연히 만나 사랑의 감정을 느꼈던 먼 친척 「현보」와의 수 십년에 걸친 사연을 중심 축으로 전후 여성들의 삶, 결코 남루하지 않았던 당시 사람살이를 맛깔스럽게 그려내고 있다.
첫사랑의 애틋함에 초점을 맞추면 「청춘 연애소설」이고, 당시 여성들의 삶과 한(恨)에 무게를 두면 「페미니즘 소설」이기도 하다. 소설 속으로 흠뻑 빠져들게 하는 또 다른 재미는 박씨 특유의 입심으로 풀어낸 감칠맛 나는 이야기 자락들에 있다. 한국 전쟁 뒤 피폐한 상황을 이겨내고 생계를 유지했던 아낙네들의 억척스런 모습과 동대문 시장의 풍경을 마치 세필화를 보듯 감상할 수 있고, 화폐개혁소동이나 베이비 붐 현상 등 그때 그 시절의 세태도 소개한다.
작가는 책머리에서 『지난해 동명의 단편을 발표하고 나서 연작으로 몇 편을 더 이어쓰고 싶은 집착에 가까운 애정을 느꼈고, 그걸 이기지 못해 마침내 장편이 되었다』며 『이 소설을 쓰는 동안은 연애편지를 쓰는 것처럼 애틋하고 행복했다』고 밝혔다.
출판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