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전 그날 「K」건설회사 공무담당 임원으로 재직하고 있던 중이었다. 뉴스를 접하고 어처구니가 없어 강남쪽 하늘을 쳐다보았다. 막연한 양심의 체온이 가슴을 메워왔다.
토목 기술자로서의 직업의식에 대한 부끄러움 같은 그런 회한의 심정이 양심을 짓누르는 것 같았다. 꼭 죄를 지은자, 마치 살인이라도 하고 도망쳐 다니는 사람처럼 뭇 군중들 속에 섞여서 사고가 일어난 「성수대교」 현장을 지켜보며 두근두근 뛰는 심장을 억제치 못하고 있었다. 건설분야에 종사하는 기술인 모두 똑같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토목 기술자로서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으며, 어떻게 살아갈건지? 많은 생각들의 교차속에서 자신이 만든 시설물 하나하나씩 돌이켜보며, 차근 차근히 마음속으로 점검과 진단을 해보고, 뚜렷이 잘못된 하자 부위가 떠오르지 않아도 겁이난 것만은 부인할 수 없다.
성수대교 붕괴사고 직후 곧바로 「시설물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되어 각종 시설물에 대한 정기점검과 안전진단을 의무화하게 되었고, 안전진단 및 유지관리 기술의 개발과 이에 종사하는 기술자들의 교육 등이 실시되었다.
한동안 건설관련자와 정관계 학계를 비롯한 모든 사람들이 「성수대교 붕괴사고」에 대한 죄인이 되어 다시는 이와같은 참사가 없어야 한다는 미명 아래 시설물 안전에 대한 열기가 높았다.
10년이 지난 지금 그 열기는 식어가고 시설물 안전에 대해 불감증 현상까지 이르게 됐다.
이 땅에 시설물의 사고로 인한 비극이 사라지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시설물의 유지관리가 이루어져야 한다. 시설물의 안전에는 무엇보다 시설물 안전관리 기술인들의 마음가짐이 중요하지만, 몇가지 제도적 보완장치가 필요하다고 본다.
첫째, 사고예방 계획 수립시 사실을 바탕으로 한 철저한 원인이 규명돼야 한다. 그리고 시설물에 대한 안전 점검시 소방·설비 등 개별시설이 포함된 종합적인 운영시스템으로 안전점검이 이뤄져야 한다.
둘째, 관련제도의 강화 및 보완으로 정밀안전진단 결과에서 제시된 보수.보강 이행여부 확인을 위한 시설물의 안정성 「인증제」 도입이 필요하다.
셋째, 시설물 안전관련 조직·인력·예산의 확충으로 설계.시공.유지관리 전 과정에서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를 최우선으로 배정하고 곧바로 집행가능한 예산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한 의원이 『성수대교 붕괴사고시 꽃다운 나이에 숨져간 여고생들이 그렇게 될 운명이어서가 아니라 한국땅에 살고 있기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그렇다! 이땅에서 일어나고 있는 시설물뿐만 아니라 대다수의 사고는 천재가 아니라 인재였던 것이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자를 돕는다』라는 말처럼, 시설물 안전관리에 종사하는 모든 이들이 전심전력으로 맡은 바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모든 것을 주님께 의탁하고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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