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그리스도의 전 생애와 그리스도교 신앙이 함축돼 있는 미사 전례. 교회는 이를 두고 「미사는 하느님의 천상 잔치이며 교회 활동이 지향하는 정점이자, 모든 힘이 흘러나오는 원천」이라며 그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러나 미사의 참 뜻은 제쳐둔 채, 습관적으로 매주일 또는 매일 미사 전례에 참석하는 신자들이 적지 않은 것이 오늘날 교회의 현실이자 우리 신자들의 모습이다.
그렇다면 이처럼 큰 의미와 가치를 지니는 미사의 「무게」는 어느 정도 일까. 미사의 무게를 달아본다는 생각 자체가 우스운 일일 수도 있다. 그러나 동화책 속에서는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가톨릭출판사 「으뜸사랑 그림 동화 시리즈」의 여덟번 째 권으로 최근 출간된 「미사의 무게」(조세핀 노비소/카타린 체제디 그림/송향숙 옮김/으뜸사랑/40쪽/7000원)는 대부분의 신자들이 별 생각 없이 의무적으로 드리는 미사가 사실은 얼마나 가치 있는 것인지 짤막한 에피소드를 통해 흥미롭게 일러주는 동화책이다.
동화 속 배경은 백성들이 모두 가톨릭 신자인 자그마한 왕국. 그러나 백성들은 살기에만 바빠 점점 신앙 생활에 무관심해지고 쉬는 신자의 수는 늘어만 간다. 임금님은 곧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지만, 혼인성사에 찾아올 백성들은 단지 몇 명뿐이다.
마침내 결혼식 당일, 초라한 행색의 한 할머니가 유명한 빵집으로 들어가 빵을 구걸한다. 할머니는 딱딱한 빵 한 조각만 준다면 오늘 저녁 미사는 빵장수를 위해 바치겠다고 하지만, 빵장수는 그런 할머니를 조롱한다.
그러다가 빵장수는 자신을 위해 바친다는 미사가 빵 몇 그램의 값어치 만큼인지 비교해 보려고, 얇은 종이에 「미사 한 대」라고 쓴 뒤 접시 저울에 종이와 빵 한 쪽을 올려 무게를 비교해 본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아무리 많은 빵을 저울 위에 올려놓아도 그 종이 한 장의 무게보다 가볍기만 하다. 저울에 계속 빵을 올려놓고, 심지어 임금님 결혼식에 쓸 거대한 축하 케이크를 올려놓아도 종이가 더 무거운 것을 본 주변 사람들은 그제야 미사의 가치를 깨닫고 결혼식 미사에 참석하기 위해 서둘러 성당으로 떠나는데….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미사 한 대 값으로 빵 한쪽만을 달라고 했으니 부끄럽다」는 할머니의 말은 우리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미사의 무게, 그리스도 사랑의 결정체인 그것은 결코 무게로 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초등부 주일학교 또래 어린이들을 위해 쓰여진 동화지만, 인물 표정까지도 세밀하게 그려낸 수채화 그림들은 아직 글자를 깨치지 못한 유아들의 시선을 잡아끌기에도 충분하다. 또 「먹고 살기가 힘들어 신앙생활을 못하겠다」고 푸념하는 어른들에게도 추천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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