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는 남성과 여성에 대한 모든 차별을 극복하고 그들의 동일한 존엄성을 인정하며 하느님께서 그들 위에 아낌없이 부어주시는 은사들을 진정한 강복으로 받아들일 때 비로소 그 다양한 영성의 풍요를 완전히 드러낼 수 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사도적 권고 「봉헌생활」 57항에 쓰여진 말씀이다. 그러나 지난 2000여년 동안 이어온 그리스도교 역사와 전통 안에는 인류의 절반인 여성을 배제시키고 남성중심 경향이 내재하고 있었음은 부인할 수 없다. 그리고 오늘날까지도 교회 내 여러 분야에서 여성의 존재와 역할을 간과, 무시, 과소 평가하는 편중된 성서해석과 관행들은 계속해서 자행되고 있다. 가부장적 문화 안에서 남성중심적으로 고착된 신학의 언어는 오늘날 많은 사람들, 특히 여성들에게 「복음의 메시지」로 다가서기 어렵다.
신학 서적 출판의 요람이라 불리는 분도출판사가 최근 내놓은 「신학·그 막힘과 트임」(캐서린 모우리 라커그나/강영옥?유정원 옮김/분도출판사/344쪽/1만3000원)은 기존의 남성 중심 신학을 거부하고 여성의 관점에서 재해석한 새로운 여성 신학개론서다. 책의 원제는 「Freeing Theology」. 하지만 「여성을 해방시켜야 한다」는 의미보다는 신학 자체를 성찰한다는 의미가 더 강하게 배여 있다.
신학교에서조차도 「여성신학」 정규과목이 개설되지 않아 사목자들부터 여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한국교회의 현실에서, 여성신학 전반을 개론적으로 소개한 이 책은 단연 눈에 띈다.
앤 카(Anne E. Carr, 시카고 대학교 신학교수) 등 현재 미국에서 활동하는 여성신학자 열 명의 글을 엮은 이 책은 성서신학은 물론 계시론, 그리스도론, 인간학, 교회론, 성사론, 윤리신학 등 신학 전반에 걸쳐 여성 중심의 새로운 사고와 새로운 언어로 풀어낸다.
그 동안 남성중심의 신학적 해석과 실천을 비판적으로 살피고, 신학 안에서의 여성의 참된 의미와 가치를 새롭게 정립한다. 여성신학에 관심이 있고 없음을 떠나 그리스도교 신앙인으로서 한 번 쯤은 진지하게 묻고 답해야 할 문제들이 이 책에서 다뤄진다.
여성신학을 전반적으로 설명한 개론서이지만, 각 장마다 도드라지는 문제 의식의 날카로움으로 그 이상의 무게를 느끼게 한다. 빡빡한 논문 형식의 지문이라 다소 지루하긴 하지만 각 장의 말미에는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주제와 관련한 문헌들이 간략한 설명과 함께 실렸다.
한순희 한국가톨릭여성신학회 회장은 서문에서 『이 책은 여성에게 부여된 하느님의 능력을 깨닫고 자존감을 되찾아 가는 여정으로 안내할 것』이라며 『여성의 꿈과 좌절, 교회 안에 있었던 억압의 체험을 용기있게 직시하며 성찰하는 가운데 새로운 희망이 샘솟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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