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병태(시몬) 신부님, 그간 영육간에 건강하시지요. 그리고 사랑하는 학운동본당 교우님들 모두 안녕하신지요.
며칠전, 항공권을 보내겠으니 30주년 행사에 참석해 달라는 신부님의 말씀을 듣고 정말 기쁘고 감사했습니다. 그러나 사정이 여의치 못해 초청에 응할 수 없어 정말 죄송합니다.
16년전인 1988년 8월, 저는 정들었던 본당과 직장인 가톨릭센터, 그리고 여러 형제들을 뒤로하고 미국 이민길에 올랐습니다.
제가 미국에 오기전 13년동안 여러 교형 자매님들과 함께 본당 신부님을 도와 예비신자 교리반을 운영하여 매년 수백명의 새 신자가 탄생할 수 있게 해 주신 것, 7년동안 사도회장으로 심부름하게 하시고 2년간 성당건립추진위원장으로 봉사할 수 있게 해주신 것 지금도 늘 감사 드리고 있습니다.
84년 2월, 당시 주임 신부이신 오 미카엘 신부님께서 마태오 복음 7장 1절부터 5절을 봉독하신 후 새 성전건축의 필요성을 강조하셨습니다. 총 공사비 2억3000만원을 예상하고 부족한 저에게 성당건축추진위원장이라는 책임을 맡기셨습니다. 윤공희 대주교님의 허락을 얻어 방림동성당을 시작으로 여러 성당을 순회하면서 모금활동을 하던 일, 박아가다 자매님을 비롯한 자매님들과 함께 가톨릭센터 지하 다방에서 일일 찻집을 열었던 일, 목포에서 젓갈을 구입하여 밤 열차를 타고 서울에 올라가 잠원동성당에서 젓갈을 팔았던 일 등이 기억에 생생합니다.
85년 12월 22일, 윤공희 대주교님을 모시고 봉헌미사를 드렸을 때의 감격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그런데 어느새 30주년을 맞게 되었다니 참으로 감개가 무량합니다.
학운동본당 사목을 하셨던 도요셉, 간다위, 오미카엘 신부님들은 기도생활은 물론 소외된 이웃을 빠뜨리지 않고 찾아다니며 보살피셨습니다. 사제생활비를 절약하여 모은 돈을 몽땅 본당에 돌려주었습니다.
문말린 수녀님, 김세실리아 수녀님, 이경민 수녀님의 생활을 본받으며 살도록 애써왔습니다. 학운동 나환우촌에서, 그리고 광주 교도소에서 하느님 말씀을 전하던 일도 당신들의 모습을 닮으려는 저의 작은 소망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됩니다.
이곳 미국 땅 뉴헴프셔주 맨체스타로 건너와 회사에 근무하는 동안 그곳에 한인 공동체를 이룩하게 하고, 캘리포니아로 옮겨온 다음엔 오렌지카운티 성 토마스본당 사목회장으로 5년간 일하면서 하느님의 사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인도해주신 그 큰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사랑하는 학운동본당 신부님, 수녀님, 그리고 형제 자매님. 오는 9월 19일(주일), 몸은 비록 찾아뵙지 못하지만 이곳에서 성심을 다해 봉헌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본당 설립 3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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