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5년 박정희 대통령 유신 체제하에서 인권 운동과 도시빈민 구제활동에 앞장서다 우리 정부에 의해 강제 출국 당했던 벽안의 성직자. 추방당하기 전 15년 남짓한 세월을 인천의 답동본당 보좌신부로 헌신하고, 영종도에서 가난하고 고통받는 주민들과 고락을 같이 하며 의료활동을 벌인 사랑의 신부.
어두웠던 유신 시절 한국의 민주화와 인권 운동에서 큰 발자취를 남긴 진 시노트 신부(Fr. James P. Sinnott M.M.75.메리놀 외방전교회)가 지난 1960년부터의 사목 생활을 바탕으로 한 역사소설 「영종도 사람들」(함세웅 옮김/성바오로/376쪽/1만2000원)을 펴냈다.
원고지 2000장 분량의 초본을 소설가 노순자(젬마)씨가 1년 이상 전체 내용과 문장을 다듬고 교열한 것.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창립 30주년 기념 소설이기도 하다.
1919년부터 1975년까지 근 60여년의 우리 근.현대사 공간을 총체적으로 조명하고 있는 이 책은 영종도 공소의 한 신자 가족사를 다루는 얼개 속에 3.1 독립운동과 한국전쟁, 4.19, 5.16 등 치열했던 격변의 세월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허구가 많이 가미됐지만, 실존 인물들의 증언을 통해 그 옛날 섬 공소신자들의 생활과 신앙을 생생하게 그려냈다는 점에서 재미와 감동을 동시에 전한다. 또 한국의 근.현대사와 그 안에서 걸음을 함께 했던 한국 천주교회의 발자취를 재조명한다는 차원에서 여느 글쟁이들의 그것과는 또 다른 의미가 있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해외민주인사 초청으로 지난 2002년 10월 한국으로 돌아와 메리놀 외방전교회 한국지부 상주 사제로 머물고 있는 시노트 신부. 한국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세상에서 필요한 사람」으로 풀이되는 「진필세」란 한국 이름을 가졌던 그는 이 책의 서문에서 이렇게 밝혔다.
『정든 땅 한국은 제게 제2의 고향이고, 「영종도 사람들」은 바로 한국에 대한 제 사랑고백입니다. 1919년 3.1 독립운동부터 제가 한국에서 추방당한 1975년까지를 이야기할 수 있었던 것은 신자들이 모든 내용을 제게 들려주었기에 가능했습니다. 고통 속에서도 끝까지 진리를 위해 분투하는 민초들의 성실한 삶을 함께 확인하며 사랑하는 한국의 모든 벗들에게 이 책을 바칩니다』
한편 이 책의 출판기념회는 8월 23∼27일 금강산에서 열린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30주년 기념 평화 통일 기원 미사 및 금강산 평화 기행」 행사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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