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2년 생. 우리 나이로 아흔 셋이 된 프랑스 노신부의 이름 앞에는 「금세기 최고의 휴머니스트」, 「분노하는 성자」 등의 말이 항상 따라붙는다. 「가장 존경하는 인물」을 선정하는 설문조사에서 8년 동안 일곱 차례나 1위에 올랐던 그에 대한 프랑스 국민들의 애정의 표시다.
평범한 소년에서 신부로, 레지스탕스로, 국회의원으로, 가난한 이들을 위한 공동체 「엠마우스」의 창시자로 자리바꿈하며 한 평생 이웃을 위한 삶을 살아온 피에르 신부의 자서전 「이웃의 가난은 나의 수치입니다」(334쪽/1만2000원)가 출간됐다.
책은 그의 어린 시절의 일기를 비롯해 친구나 동료와 주고받은 편지, 군중에게 호소한 연설문, 언론과의 짤막한 인터뷰 등으로 꾸며졌다. 그러나 찬란한 삶의 업적만이 지나치게 강조돼 너무 교훈적이거나 진부한, 그래서 책장을 덮을 즈음에는 지루함과 밋밋함이 남는 여느 자서전이나 위인전과는 다른 느낌이 든다. 이 책에는 「위인」이나 「영웅」으로서의 피에르 신부보다는, 삶의 매 순간마다 인간적으로 고뇌하고 성찰해 온 그의 모습이 가감 없이 그려졌기 때문이다.
「교회를 짓는 것보다 집을 짓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그의 외침에서 「실천하는 종교인이란 바로 이런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구나」라는 걸 깨닫게 된다. 가난한 이들에게 무작정 동정을 베푸는 것이 아니라 노동과 나눔을 통해 「살아야 할 이유」를 안겨줘야 한다는 그의 확신은 노사제가 평생동안 직접 몸으로 실천해온 박애정신의 표현이다.
같은 말일지라도, 그 말을 하는 사람에 따라 말의 무게도 달라지는 법. 짤막한 단락 단락으로 이뤄진 내용이지만 그 안에는 따끔한 질책과 진심 어린 호소, 따뜻한 인간애가 함께 담겨 있다. 구십 평생을 세상에 대해 분노하고 생각한 바를 실천으로 옮기는 데 헌신했던 「우리시대의 거인」이 던지는 영혼의 호소다.
참 평화의 진리를 다시 한번 묵상케 하는 이 책은 그리스도교 신자들에게 있어 「영적 독서물」로 자리매김 하기에 충분하다. 신앙을 갖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삶의 충만한 기쁨과 희망을 선사하는 피에르 신부의 속삭임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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