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그는 결국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에서나 접했던 아프리카 나이로비에 파견되고, 가톨릭 구호 기관인 예수회 난민 봉사회 「JRS」에 소속돼, 소말리아, 우간다, 수단 등지에서 온 난민들을 돕는 일을 하게 된다. 「우리 시대의 유랑자」(가톨릭출판사/298쪽/9500원)는 제임스 마틴 신부가 신학생이었던 당시 선교사로서 동아프리카 난민들과 함께 생활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 저자 제임스 마틴 신부(가룬데)가 동아프리카 난민들과 함께 한 신학생 시절. 로레토 수녀회 소속 수련자들과 함께 했다.
마틴 신부는 그곳에서 작고 하찮은 것의 소중함을 뼈저리게 느꼈고, 순결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게 됐다고 털어놓는다. 또 온 마음을 다해 많은 사람들을 사랑하는 방법을 체험할 수 있었으며, 진정한 희망의 가치도 배웠다고 고백한다.
그는 『만일 내가 모든 것이 마음대로 되는 상황에 있었다면 난민들의 그 깊은 사랑을 맛보기 힘들었을 것이고, 내가 그들을 완전히 사랑하는 것도 힘들었을지 모른다』며 『결국 나는 나약함 속에서 더 큰 능력을 얻었고 그리하여 그들을 진정한 형제 자매로, 친구로 만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내가 아프리카에 머물면서 겪었던 그 아픈 경험들과 맞서는 가운데 난민들이 내게 전해준 것은 희망이었으며, 이 희망의 원천과 근거는 하느님이시다』라고 적어 놓은 저자의 고백이 진실한 울림으로 다가온다.
소설가 공지영(마리아)씨는 추천의 글에서 이렇게 말했다.
『하느님께서는 인간이 망쳐 놓은 세상에 꼭 그것을 아물게 하고 따사롭게 안아주는 사람들을 보내신다. 혹시 이것이 죄가 많은 곳에 풍성하게 내리는 은총은 아닌지…. 우리는 그리 작은 존재만은 아니라고, 단 한 자루의 촛불이 커다란 공간 하나를 밝히듯, 한 사람의 젊은이가 아프리카를 빛나게 만들 수 있다고. 그리고 우리가 함께 그런 사람들이 되었으면 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