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 사진과 잔잔한 글 속에
삶의 애환·각박한 세상 풍자
『어지럽게 행복 투정을 해서 뭘 합니까? 조금은 고뇌로 찌든 서글픔을 품고 꼭두각시 놀음판에 어우러져 풍류 춤바람에 날뛰고 싶습니다』
제주도에서 글쓰기와 사진작품 만들기에 전념해왔던 대구대교구 정순재 신부(은퇴)가 포토 에세이집 「윤희야, 나랑 살래」를 펴냈다. 「바람처럼 돌아오는 사람이 그립다」 「이 풍진 세상을 만났으니」 「작은 보따리 속의 자유」 「쓰러지는 갈대, 바람의 노래여」 등에 이은 다섯 번째 에세이집이다.
허다한 일상사에 대한 느낌을 편안한 글로 옮긴 이 책은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깊은 사유의 늪에 빠지도록 만든다. 성서를 비롯해 불교의 불경과 동서양의 고전, 철학자의 말 등을 두루 인용해 글속에 담긴 메시지에 윤기를 더한다.
또한 소주제별로 쓰여진 한편 한편의 글에는 정신부가 직접 찍은 흑백사진이 담겨져 있다. 글의 주제를 오롯이 형상화해 주기도 하는 이 사진에는 다양한 사람들의 질박한 삶의 희로애락이 배어 있으며 각박한 세태를 풍자하기도 한다. 정신부가 더러는 가슴에 한이 응어리진 사람과 인생의 질곡에 신음하는 사람, 병고에 시달리는 사람들의 모습에도 초점을 맞추는 것은 그들의 내면에서 「말씀(Logos)」의 거룩함을 만나기 위해서다. 그의 글과 사진에는 그래서 삶의 형상과 하느님의 말씀이 잔잔히 묻어난다.
(가톨릭출판사/353쪽/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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