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의 계절은 가을」이라지만 오히려 책읽기에는 여름 휴가철이 더 좋은 듯 하다. 특히 일상사에 찌들었던 메마른 영혼을 추스르기에는 이때 만한 시기가 없다. 파도소리 들리는 바닷가에서, 계곡 물에 발 담그고, 나무그늘 아래서 바람 소리 들으며 한가로이 책을 읽는 여유란 그 무엇에도 비할 수 없는 즐거움이다. 여름 휴가철에 동행할만한 신앙서적 몇 권을 추천한다.
어떻게 쉬어야할지 모르겠다
휴식을 얻으려면 많은 돈과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休, 쉬고 싶은 당신에게」(성바오로)의 저자 카린 리히테나우어는 『조금만 시간을 들여도 일상에서 얼마든지 휴식이 주는 기쁨과 여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다』고 역설한다.
눈코 뜰새 없이 바쁜 도시생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면 「스트레스, 말씀으로 사귀자」(성서와함께)를 읽어보자. 일상에서 빚어지는 스트레스를 성서 묵상 안에서 극복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실용 영성서다.
재충전이 필요하다

건조한 직장생활로 답답함을 느꼈던 사람이라면 「베네딕토 성인에게서 배우는 리더십」(열린)과 만나보자. 「성 베네딕토 수도규칙」을 현대 경영관리에 접목시킨 이 책은 진정한 리더십의 방향을 제시한 경영학 교과서인 동시에 자기 혁신서라 할만하다.
사색의 시간을 갖고 싶다
떠들썩한 여행보다 조용히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다면 주뻬루뻬뚜아 수녀(그리스도의 교육수녀회)의 그림 묵상집 「동그라미」(홍익포럼)를 권한다. 52개의 동그라미에 짧은 묵상구절이 더해진 이 책은 하느님과의 완전한 일치를 향해 나아가는 길과 지혜를 일목요연하게 그리고 있다.
부모와 자녀, 남편과 아내, 친구, 이웃 등 일상의 삶에서 체험한 소박한 웃음과 눈물, 신앙 체험이 가득한 「소금항아리」(생활성서사)도 사색의 동반자로 충분하다.
책 벗삼아 간접 여행을
너무 바빠 휴가를 떠날 수 없다면 도서를 벗삼아 간접 여행을 즐길 수도 있다. 「작은 창 너머 보이는 풍경」(성바오로)은 제주도 출신 중진 수필가 김정선(마틸다.57)씨의 새 수필집. 책에는 파도소리와 바람소리, 푸른 하늘과 유채꽃과 돌하르방 등 제주도의 사계절과 아름다운 자연 풍경이 꼼꼼하게 묘사돼 있다.
격월간지 「공동선」의 편집장을 지내다가 전남 무주군 안성면에서 귀농자로 살고 있는 한상봉(이시도르.42)씨의 농촌생활과 사색을 담아낸 단상집 「내 돌아갈 그립고 아름다운 별」(바오로딸)이나 김종남 신부(광주대교구 은퇴)가 인생 70년, 사제 생활 44년, 사진 작가 여정 20년을 마무리하면서 펴낸 명상 사진집 「명상의 창」(생활성서사)도 좋은 책이다.
여름 독서는 소설책이 최고
여름 휴가 기간을 훌쩍 지나가 버리게 만들 수 있는 장르는 역시 소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책은 중견 작가 한수산(요한 크리소스토모.57)씨의 장편소설 「까마귀」(해냄출판사/전 5권). 일본의 하시마 탄광으로 징용된 한국인들의 참혹한 삶을 비감어린 어조로 형상화한 역사소설이다.
노순자(젬마.59)씨의 장편소설 「초록빛 아침」(전 2권.성바오로)도 놓칠 수 없는 역작. 1980년대 어두웠던 시절 독재에 투쟁하고 민주화운동과 노동운동 현장에서 젊음을 바친 두 형제 신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가슴 뭉클한 감동을 느끼고 싶다면 소설가 최인호씨의 자전 소설 「어머니는 죽지 않는다」(여백)와 동행하는 것도 좋을 듯. 이 소설은 최인호씨가 어머니에 대한 애절한 추억과 그리움을 진솔한 글쓰기로 털어놓은 참회의 사모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