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서적이 팔리지 않는다. 최근 가톨릭출판사나 바오로딸 등 주요 교계 출판사에 따르면 올 상반기 판매량이 예년에 비해 현저히 줄어들었거나 정체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교계 출판 관계자들은 예년의 경우 수 만부 이상 팔려 소위 「대박」이라 불리는 대형 베스트셀러들이 심심찮게 나왔으나, 최근 1∼2년새 이 같은 판매를 기록한 책은 한 손에 꼽기도 힘들 정도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끝이 보이지 않는 경제난국과 맞물리면서 교회 출판시장은 더욱 침체 현상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더군다나 일반 출판시장에서도 상위에 손꼽히고 있는 몇몇 대형 출판사들이 교회 출판시장을 눈독들이고 있어 상대적으로 열악한 교계 출판사들에게는 불리한 형세로 이어지고 있다.
교회 출판시장이 좀처럼 불황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부에서는 참신한 기획력의 부족과 빈약한 광고, 업계의 영세성 등을 꼽고 있지만, 무엇보다도 소비계층이 턱없이 부족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신자들이 신앙 서적을 읽지 않는다는 말이다.
교계 출판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톨릭 신자들의 신앙서적 독서율은 3%를 넘지 못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 전체 가톨릭 신자수를 440만명으로 볼 때, 신앙서적을 찾아 읽는 신자들은 고작 10만여 명에 불과하다는 분석이다. 독서 저변 인구가 이렇게 빈약하다 보니 베스트셀러도 3∼5만 권을 넘기지 못하는 것이 우리 교회 출판시장의 현 주소다.
생활성서사 단행본편집팀장 남기은 과장은 『경기침체도 문제겠지만, 무엇보다 「교회 출판사에서 나온 책은 재미가 없고 따분하다」는 편견을 가진 신자들의 의식이 더 큰 타격이 되고 있다』며 『교회 내의 「책 안 읽는 풍토」로 인해 신간을 펴내기가 두렵다』는 고충을 토로했다.
가톨릭출판사를 비롯해 바오로딸, 분도출판사, 성바오로, 성서와함께, 생활성서사 등 주요 교계 출판사들이 신앙서적에 대한 관심을 끌기 위해 「합동 도서, 미디어 전시 및 홍보」 행사 등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였으나 역부족이긴 마찬가지. 출판사들은 지난해 처음으로 「서울국제도서전」에 참가해 「가톨릭 전시관(부스)」을 별도로 마련했으나, 이 역시 신자들의 외면으로 당초 취지에 부응하지 못했다.
이와 같은 우울한 현실을 타개할 수 있는 방안은 과연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교계 출판사들의 자성에 따른 자구책도 필요하지만, 가장 시급한 것은 신자들의 독서율을 현재에서 10∼20%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 「전 신자 차원의 독서운동」이 절실하다고 강조한다. 신자들이 신앙서적을 가까이 할 수 있도록 일선 본당의 사목자들이 적극 나서야 한다는 말이다. 이를 위해서는 사목자들부터 신앙서적을 가까이 해야 하며, 본당 차원의 독서모임 운영이나 독서운동 등도 꾸준히 전개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점에서 서울 잠실7동본당(주임=이기양 신부)이 설립 10주년을 기념하고 11주년을 준비하며 펼치는 「전신자 신심서적 54권 읽기 운동」은 대표적인 모범 사례로 꼽힌다. 이와 함께 교계 출판 시장의 활성화와 문화 사목 토양 마련을 위해 전 교회 차원의 관심과 지원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교계 출판사가 공동 운영하는 「통합 인터넷 서점」을 개설하거나, 「가톨릭 도서 상품권」을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가톨릭출판사 김영숙 편집부장은 『교계 출판사들도 해를 거듭할수록 연륜이 쌓여가면서 다양한 분야의 신앙서적에 도전하고, 편집 전문 디자이너를 채용하는 등 나름대로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좋은 책을 만들어내도 그것을 읽을 독자가 없다면 무의미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성서 이외의 신앙서적에 대한 책읽기의 중요성을 신자 스스로 인식하는 것이다. 신앙서적을 읽으면 교회의 가르침을 좀 더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스스로의 신앙생활을 반성하고 성찰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신앙을 보는 눈을 넓히기 위해서라도 신자들의 책읽기는 반드시 필요하다.
현재 교회 출판시장의 위기를 한국교회 전반의 문제로 받아들이고, 모든 교회 공동체가 문서 선교의 활성화와 교회 문화 살리기 측면에서 보다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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