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의 글과 나의 그림이 만나서 기쁘다. 마주앉아 차를 마시며 자매 사랑을 고백하고 싶다」(이춘만)
「언니의 그림과 나의 글이 이 책에서 다시 만났다. 내가 좋아하는 보랏빛 제비꽃이 많이 피어 있는 부드러운 땅의 품속에 계시는 어머니는 고향집 앞 바다 소리를 들으며 기뻐하실 것이다」(이재연)
조각가 이춘만(크리스티나)씨와 소설가 이재연씨 자매. 한 사람은 서울대 조소과를 나와 가톨릭미술가협회 회원으로 활동하며 명동성당과 수유1동성당, 절두산 성지 등에 성상(聖像)을 봉헌해 온 중진 조각가이고, 다른 한 사람은 이화여대 독문과를 나와 「현대문학」으로 등단해 소설 「하얀 밤」, 「머리를 앓는 남자」, 「술의 노래」 등을 펴낸 소설가다.
어언 30년 동안 예술의 길을 함께 걸어온 두 자매가 최근 그림과 글이 어우러진 에세이집 「누군가 나를 부른다」(샘터/232쪽/1만2000원)를 냈다. 200자 원고지 650장 분량의 재연씨 원고를, 춘만씨의 콜라주 그림 36점으로 단장했다. 여성성의 서정적 범위를 한껏 넓히고 있는 글은 산문문학의 모범이란 평이고, 시사성과 상징성이 응축된 콜라주는 중견 조각가의 새로운 면모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사실 두 사람이 함께 뭔가 하자고 뜻을 모은 것은 최근 일이 아니다. 자매는 지난 2002년 재연씨의 첫 장편소설 「황혼 무렵엔 그리운 사람을 만나러 간다」에서도 의기투합했다. 그때도 표지 및 삽입 그림은 춘만씨가 그렸다.
이번 책은 재연씨가 1977년부터 5년 동안 스위스 국경지대 바젤에 살았던 경험을 시작으로 해서 지나온 20여 년의 인생과 성장기를 담고 있다. 이국에서의 방황과 갈등, 정체성을 회복하기 위한 처절한 투쟁의 과정이 행간 가득 고여 있지만, 재연씨가 오랜 이국 생활에도 불구하고 정갈한 모국어와 한국적 서정을 놓치지 않았던 비결을 엿볼 수 있다. 그는 『내가 한 줄의 글을 쓸 수 있다면, 그것은 누군가를, 그 무엇을 사랑하기 때문이다』고 고백했다.
5년 전부터 콜라주를 시작한 춘만씨는 여행에서 얻은 우표, 지도, 상표, 조개, 식물 등을 이용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특히 우표를 여러장 겹쳐서 입체감을 살린 작품들에서는 전통적 아름다움이 물씬 배어나온다. 오는 12월 서울 인사동에서 콜라주 초대전을 준비중인 그는 『이 작업은 건강이 걱정되는 서울의 인구 밀집 지역에서 유일한 나의 안식처 같기도 하고, 아이들처럼 순진무구한 대화를 하면서 숲 속을 산책하는 하루의 신비라고도 말하고 싶다』며 『콜라주는 서로가 나누고 고백하고, 그러면서 겸손하게 살라는 교훈을 준다』고 강조했다.
『언니는 내 삶의 지침』이라고 말하는 동생과, 『동생이 하자 하면 뭐든지 한다』는 언니. 두 자매는 지난 세월을 그랬듯 또 긴긴 세월을 언니, 동생으로 「행복하게」 살아갈 게 너무도 분명해 보인다. 맛깔스러운 글을 접해보고 독특한 예술 작품 관람을 동시에 즐기고자 하는 독자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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