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고독」, 「희망과 구원」의 시학으로 일컬어지는 김남조(마리아 막달레나) 시인. 어느덧 등단 반세기를 훌쩍 넘긴 그가 자신의 열다섯 번째 시집 「영혼과 가슴」(새미/174쪽/8000원)을 냈다. 98년 「희망학습」이후 6년만에 새 시집을 내놓은 그를 서울 효창동 자택에서 만났다.
『늘그막에 하느님의 은혜로운 조명이 드리워져, 또 한 권의 책을 세상으로 보내는 은총을 받게 됐습니다. 과거에 나의 시들은 「불행히도」 위험하지 않다고 말했는데, 이제는 「다행히도」 위험하지 않음을 느끼네요』
그의 말처럼 이번 시집은 과거의 치열함과 아픔에 비해 한층 더 편안하고 따뜻한 여운이 남는다. 「성체(聖體)」, 「시와 더불어」 등을 통해 신앙 안에서 참회하고 용서하며, 「월드컵-대한민국」, 「비분의 천둥소리-대구지하철 참사」, 「무량한 평화 안에-구상 선생 조시」 등 시의 창이 세상을 향해 열린 시들도 실려있다.
시인은 이전엔 「입에서 말이 넘쳐흐르고 가슴에 북받쳐 올라」 시를 썼으나, 지금은 말을 아끼면서 더욱 정제된 언어를 찾게 된다고 했다. 이제서야 「삶」이란 무엇인지, 또 「사람」이란 무엇인지 어렴풋이 알 것 같다고 고백했다.
『요즈음 중견시인이나 신인들의 작품을 보면 그들의 폭발적인 역동성과 열정에 감탄을 마다 않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제 몫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그네들이 「세상을 환히 비추는 아침햇살」이라면, 저는 「아침에 밝은 빛 때문에 보지 못한 아름다움을 보게 해주는 저녁노을」이 돼야겠죠. 이제는 촛불 열 개를 한꺼번에 켜지 않고, 촛불 하나씩 열 번을 켜는 시를 쓰겠습니다』
시인은 이렇게 말하지만 외롭거나 초라해 보이지 않는다. 그는 오히려 작품 속 「나의 시에게-3」에서 『해으스름에야 처음으로 편안해지는 나의 시여』라고 수줍게 노래했다.
그는 이번 시집을 설명하면서 시인으로 사는 것을 잠시 얘기했다. 50년을 시와 동거해온 노(老) 시인은 「시인」의 삶을 어떻게 정의 내릴 것인가.
『시인은 자신의 자화상과 영혼을 독자들과 함께 교감하는 사람들입니다. 귀한 나눔이지요. 그래서 시인은 세상과 사람들에게 위안과 희망을 줘야 합니다. 시인이 「희망」을 버리면, 이 세상에서 「희망」은 품절되고 맙니다. 절망에서 희망을 찾고 절창 끝에 새로운 희망의 노래를 기억하는 일, 그런 작업이 시인의 몫이겠죠』
시인은 요즘 숨 돌릴 틈 없이 새 시집에 매달리고 있다. 가을 경 출간을 앞둔 「신앙시집」이란다. 이미 900편 남짓 되는 자신의 작품 중 「부활시」, 「성탄시」 등의 신앙시 88편을 골라놨다.
서문에서 작가는 이렇게 밝혔다.
『이제 나에겐 새로이 쓰게 될 약간 편의 미래의 시만 남았습니다. 서로가 참으로 소중하다는 믿음으로 이 작은 책을 공손히 바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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