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이국 땅, 우리 사회 가장 낮은 곳에서 묵묵히 봉사하며 이 땅의 하느님 나라 건설을 위해 일하는 벽안(碧眼)의 사제 수도자들. 우리 곁, 보이지 않는 곳에서 지친 영혼을 쓰다듬는 그들의 삶은 예수 그리스도가 몸소 실천하신 희생과 봉사와 나눔의 삶, 그것과 다를 바 없다.
최근 출간된 「파란 눈의 성자들」(김나미/정대영 사진/황금가지/240쪽/1만2000원)은 그늘 속 소외 받는 이들에게 대가를 바라지 않고 베풀고 나누기를 주저하지 않는 외국인 성직.수도자 6명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서울 양재동 비닐하우스 촌 구룡마을에서 봉사하는 박호 신부(스페인.꼰솔라따 선교 수도회)는 1988년 1월 한국과 인연을 맺었다. 그는 5000여명이 사는 이곳에서 공부방을 열어 아이들을 가르치고 마을 수도관을 설치하고 「위로의 샘터」를 열어 종교 간 대화의 장을 마련하고 있다.
예수회 「한 몸 공동체」의 정일우 신부(미국)는 1970년대 초 고(故) 제정구 의원과 함께 도시빈민운동을 주도했다. 철거민과 함께 한 헌신적인 삶으로 1986년 막사이사이상을 수상한 바 있는 그는 내.외국인 노동자 인권보호와 이혼가족, 약물중독자 상담 외에도 공부방을 두어 아이들을 지도하고 있다.
올해로 한국생활 25년을 맞는 노인조 수사(캐나다.예수 고난회)는 이 땅의 에이즈 환자를 음지에서 양지로 이끌어 주고 에이즈 퇴치와 예방에 온 힘을 쏟고 있다. 1998년부터 「한국가톨릭에이즈협의회」의 모든 활동을 주도하며 에이즈 환자가 있는 병원과 쉼터, 환자의 임종현장에서 봉사하고 있다.
「명지은」이란 예쁜 한국이름을 가진 에블린 수녀(아일랜드.성 골롬반 외방선교 수녀회)는 1965년 간호사로 이 땅에 들어와 결핵 환자와 독거 노인을 돌보다 이제는 수련자를 양성하며 봉사와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한국생활은 벌써 38년째다.
올해 한국 나이로 일흔 셋인 오딜 수녀(프랑스.도움이신 마리아 수녀회)는 1973년 일본 히로시마에 들어가 13년간 대학에서 불어를 가르치며 선교하다 1985년 한국에 왔다. 그녀는 20년 세월을 한일 관계 회복을 위해 노력해 왔다.
지난 1996년 익산에서 원불교 교육을 마치고 2002년 출가한 원법우 교무(독일)는 독일 레겐스부르크에서 교당을 짓고 우리의 민족종교인 원불교를 독일인들에게 전파하고 있다.
「자신을 위한 삶」이 아닌 오직 「남을 위한 삶」을 살아가는, 그래서 「성자(聖者)」라 칭송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파란 눈의 신부, 수녀, 스님들. 이 책은 단순히 외국인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교회마저 세속의 가치에 물들고, 많은 이가 눈앞의 이익만을 좇는 이 시대에 들려주는 소중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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