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을 반독재 민주화운동과 생명문화운동에 헌신하며 「한국 생명운동의 대부(代父)」로 불린 무위당(无爲堂) 장일순(요한.1928∼1994) 선생. 1994년 5월 22일 위암으로 타계한 지 꼭 10년이 지난 지금, 그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뜻을 모아 두 권의 책을 펴냈다.
「좁쌀 한 알」(최성현/도솔/304쪽/9800원)은 난초 그림으로 유명했던 무위당의 글씨와 그림을 모으고, 평생 이웃사랑과 사회정의를 실천하며 살았던 선생의 숱한 일화들을 정리한 책. 서화집을 겸한 일화집인 이 책의 제목은 그가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작게 살기 위해 사용했던 아호 「일속자(一粟子)」에서 따왔다.
「너를 보고 나는 부끄러웠네」(무위당을 기리는 모임/녹색평론사/232쪽/8000원)는 무위당을 스승으로 삼고 존경하며 사랑했던 시인 김지하, 소설가 김성동, 판화가 이철수, 이현주 목사, 최종덕 상지대 교수 등이 그의 삶과 사상에 관해 쓴 글과 대담을 담았다.
평생 책 한 권 쓰지 않았고 『내 이름으로 되도록 아무 일도 하지 말라』고 당부했던 그의 유언을 어기고 굳이 책을 펴낸 것에 대해 필자들은 『선생의 가르침대로 살고 있는지 돌아보고 저마다 자신이 선 자리에서 선생의 뜻을 실천하자고 다짐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1928년 강원도 원주에서 태어난 무위당은 6.25 전쟁으로 서울대 미대 학업을 중단하고 고향으로 돌아와 평생을 지역운동에 바친 인물. 1954년 도산 안창호의 정신을 이어 원주 대성학원(학교)을 설립했고, 60년대에는 가난한 사람들의 자립을 위해 신용협동조합의 설립을 도왔으며, 70년대에는 당시 원주교구장 지학순 주교와 손잡고 원주를 중심으로 군사독재정권에 맞섰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가톨릭농민회의 활동을 뒷바라지했으며, 원주교구 초대 평협회장을 지내기도 했다. 80년대에는 생활운동을 통한 사회운동을 이끌었고, 이후에는 천지만물을 한 생명으로 보는 생명의 세계관으로 「한살림 운동」을 펼쳤다.
특히 그는 3년간의 옥살이와 서울 유학 시절을 제외하고는 평생을 원주에서 가난한 이웃과 더불어 살아 「원주의 예수」로 불렸다. 그의 실천과 사상뿐만 아니라,
파격적인 이웃 사랑 역시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다.
모든 이들을 하느님처럼 모시고 공경하는 무위당의 사람됨에 반해 시인 김지하는 「스승」으로, 이현주 목사는 「부모 없는 집안의 맏형 같은 사람」으로, 소설가 김성동과 민중가수 김민기는 「아버지」로 여겼으며, 판화가 이철수는 「이 시대 단 한 분의 선생님」으로 꼽았다.
한편 「무위당 선생을 기리는 사람들의 모임」은 그의 기일인 5월 22일 원주 토지문학관과 원주시립박물관 등지에서 기념포럼, 출판기념회, 생명평화문화제, 기념전시회 등 10주기 기념문화제를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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