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두번쯤 꿈꾸어 보았을 가족작품집. 그러나 대개 꿈으로만 그칠 이런 꿈을 두번이나 현실로 일궈낸 가족이 있어 화제다.
화제의 주인공은 영화감독 김영걸(안드레아.67.서울 금호동본당)씨 가족. 지난해 한국순교복자수녀회를 창설한 고 방유룡 신부의 전기를 만화로 그린 「무아의 향기」를 펴냈던 김감독 가족은 그 여세를 몰아 고 오기선 신부(1907∼1990)의 일대기를 담은 동화집 「내 생애 최고의 해」(차억순 글/김안나 그림/가톨릭출판사/275쪽/1만원)를 내놓았다.
「내 생애…」가 나오기까지 김감독네 다섯 가족은 적잖은 시간을 함께 속을 끓여야 했다. 지난 2000년 오신부의 삶을 그려내기로 마음을 모은 이후 김감독이 자료 수집과 정리를 맡고 부인 차억순(엘리사벳.59)씨가 글을, 웹디자이너인 큰딸 안나(안나.32)씨가 그림을, 박사과정에 있는 아들 광호(요한.34)씨가 교정 등을 맡아 꼭 4년 동안 고심에 고심을 더해온 것이다. 구도의 길을 걷고 있는 막내 로사 수녀도 기도로 함께 해왔다.
『우리들 가까이서 가장 친근한 모습으로 주님의 사랑을 전하며 표상이 되었던 분들이 망각돼가는 현실에 책임을 느꼈습니다』
자라나는 세대와 함께 나눌 수 있는 손쉬운 방법이 책이라는 생각에 「동화」라는 전달방식을 택하게 됐다는 가족의 고심은 그대로 「내 생애…」에 담겨있다. 오신부의 어린시절을 비롯해 학창시절, 사제생활, 순례지 개발과 영성 등을 소개한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독자들이 시선을 떼지 못할 정도로 재미있게 꾸며져 있다는 것. 오신부의 삶을 눈앞에서 보는 듯 생생하게 묘사된 글과 그림이 더없이 정겹다.
특히 오신부의 일대기를 통해 자연스럽게 교회사에 젖어들게 하는 면에서는 전문가 못지않은 역량이 엿보인다. 이런 이면에는 지난 1959년 영화계에 입문한 이후 수백편의 작품을 발표하며 쌓아온 김감독의 노하우와 정성, 그리고 이것이 바탕이 된 철저한 고증이 밑거름이 됐다.
『교회와 교회의 역사를 모르면 쉬 자신을 잃고 표류하기 싶습니다. 그런 이들에게 쉽게 다가가 조금이나마 도움을 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까닭에 교회사에 쉽게 다가설 수 있게 하는 자료가 절대 부족한 우리 토양에 「내 생애…」는 모처럼 맞는 단비와 같다.
『힘이 닿는 한 계속해서 저희의 몫을 찾으며 우리가 잊고 살아가고 있는 교회의 소중한 것들을 되살려 나가고 싶습니다』
가족의 다짐 속에서 험난한 항해를 앞두고도 두려움 없는 사랑으로 함께 해나가겠다는 의지가 읽혔다.
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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