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는 어느 날 갑자기 먹는 것이 아니라 하루하루가 지나고 쌓여서 들어가는 것이지만, 어느 날 갑자기 나이 듦을 느낄 때가 있다. 눈이 침침할 때, 날씨가 흐리면 유난히 몸이 무거울 때, 계단을 오르며 숨이 찰 때…. 그러나 아마도 나이가 들었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순간은, 자연의 신비로움을 보고도 큰 감흥을 느끼지 못할 때인 것 같다. 꽃 피고 낙엽 지고 눈 날리는 자연 앞에서 감탄사를 잃어갈 때 비로소 나이가 들었다는 사실을 깨닫곤 했다.
김종남 신부가 최근에 낸 두 권의 책 「명상의 창」과 「노을보다 더 아름다운」을 읽으며, 난 그가 고희를 맞는 사제라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명상의 창」은 바쁜 사목 활동 중에도 틈틈이 사진작가로서 작품 활동을 해 온 그의 발자취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우리 나라 농촌의 고즈넉한 풍경에서부터 실크로드의 장엄함까지, 하느님이 만드신 세상을 부지런히 탐색하며 앵글에 담았던 그의 작품 세계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아울러 수필가를 능가하는 섬세한 언어로 사진에 걸맞는 산문을 함께 실은 것도 여느 사진집과는 다르게 다가온다.
저자는 자신의 글과 사진을 『하나의 창(窓)에 불과하다』고 표현한다. 창은 사물을 왜곡해 보여 주지 않는다. 있는 그대로의 세상을 투과하여 보여 줄 뿐이다. 그러나 창이 더러우면 깨끗한 세상도 더럽게 보인다.
저자의 책들을 읽다 보면, 하느님이 만드신 세상과 사물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감탄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그런 면에서 저자는 「창」이라는 자신의 직분을 다하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을 닦고 비우는 구도자적인 노력을 해 왔음을 알 수 있다.
최하림 시인은 『신부님의 글과 사진 예술은 침묵과 무(無)의 예술』이라고 찬탄하고 있다. 굳이 시인의 찬탄에 매이지 않더라도 한 장 한 장 관조하듯이 읽다 보면, 어느 덧 마음이 맑아지고 눈앞에 아름다운 풍경이 열리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자연은 「하느님의 지혜의 책」이라고 한다. 평범한 사물 속에 감춰진 신비스러운 모습을 들춰내며, 신비스러운 세계를 모든 사람이 공감할 수 있도록 드러내는 마음의 혜안은 분명 하느님의 큰 축복이며 은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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