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표 없는 나그네 되어 발길 따라 스쳐가는 온갖 사물과 사람들, 그리고 대자연의 아름다움과 그 신비를 앵글에 담고자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사진을 찍고 글도 썼다.
올해는 김신부에게 있어 인생 70년, 사제 생활 44년, 사진 20년을 맞는 해다. 어느덧 백발이 성성하고 주름의 골도 커졌지만 전혀 식을 줄 모르는 그의 열정과 감각 앞에 세월의 무게는 오간 데 없어 보인다.
최근 명상수필집 「노을보다 아름다운」과 사진집 「명상의 창」을 잇달아 펴낸 김종남 신부를 광주 남동성당 사제관에서 만났다. 10평 남짓한 사제관에는 전시회에 출품키 위해 뽑아놓은 형형색색의 사진들이 온 벽을 빼곡이 메우고 있었다. 그는 오는 4월 29일부터 광주시 남도예술회관 1층 전시실에서 꼭 10년만에 사진 전시회 겸 출판기념회를 갖는다.
김신부는 두 권의 책을 각각 「아들」과 「딸」에 비유했다.
『이젠 남아 있는 시간이 지나온 시간보다 길지 않음을 느낍니다. 지나온 제 삶을 돌아보면서 그 동안의 생(生)과 도(道)가 담긴 두 권의 책을 엮었습니다. 글 한 소절, 사진 하나 하나가 모두 아들딸 같습니다. 창작과 예술의 재능을 허락해주신 하느님께 그리고 저를 사랑해주고 성원해주신 수많은 손들과 마음들, 그 모든 분들께 바칩니다』

『…해가 지면서 서쪽 하늘을 빨갛게 물들이는 저녁 노을을 보며 사람들은 감동에 젖습니다. 저도 이제 「지는 해」입니다. 그 지는 해를 보면서 사람들에게 마음으로부터 훈훈하고 잔잔한 감동을 줄 수 있는 그런 노을보다 더 아름다운 사람이었으면…』(「노을보다 더 아름다운」 중에서)

「노을보다…」가 하느님 앞에 엎드려 봉헌을 약속한 지나온 44년에 대한 성찰과 고백이라면, 「명상의 창」은 하느님이 만드신 세상을 부지런히 탐색하고 그 신비 속에서 발견한 존재의 본질과 아름다움을 투영한 하나의 창(窓)이라 할만하다.
김신부는 『사진과 글을 통해 하느님과 하느님이 지으신 아름다운 세상을 맛들일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으면 더 바랄 것이 없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