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예수의 생애」, 「여자의 일생」 등의 작품을 통해 신앙의 여러 모습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표현해온 일본의 대표적인 가톨릭 소설가 엔도 슈사쿠(遠藤周作.바오로.1923∼1996).
그는 가톨릭 신앙을 바탕으로 한 문학적 투철함으로 아쿠타가와 상을 비롯한 수많은 상을 받았을 뿐 아니라 로마 교황청으로부터 훈장을 받기도 했다. 특히 그의 작품은 일본문학을 세계문학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와 함께 여러 차례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엔도가 노년에 쓴 수필집 「회상」(한은미 옮김/시아출판사/304쪽/1만원)은 삶과 죽음, 하느님과 인간, 그리고 사랑과 죄악에 대한 성찰을 담은 책이다. 그는 이 책에서 「불행과 고통 속에서도 인생은 살아볼 만한 가치가 있다」는 전제하에 삶이 우리에게 준 혜택을 최대한 누리고 감사하며 살 것을 제안한다.
한 평생 문학 외길을 걸어오며 누구보다도 열정적이며 치열하게 살았음에도 불구하고, 막상 죽음에 대해 생각하자 두려움이 앞선다고 그는 솔직하게 고백한다. 그러나 인생에 있어서 「죽음의 순간」 역시 중요한 순간이기에 아름답게 삶을 마감하겠다고 거듭 마음을 다잡는다.
『「나이 듦」이란 눈에는 보이지 않는 것, 귀에는 바로 들리지 않는 것, 언어로는 표현할 수 없는 것에 마음이 기우는 것 같다. … 인생에서 일어나는, 아무리 어처구니없는 사건이나 사소한 추억조차도 쓸모 없는 것은 없다. … 그것을 알고 있기에 나는 「꽤 잘 살았다」고 감히 말한다』(본문 중에서)
이 책의 본디 제목은 「잘 사는 법, 잘 죽는 법」. 그렇다면 「잘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또 「잘 죽는다는 것」은? 이 심각한 질문에 대해 그는 『잘 사는 것이 잘 죽는 것이고, 잘 죽었다는 것은 잘 살았다는 것을 뜻한다』며 『어차피 피할 수 없는 죽음이라면 담담하고 용기있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명쾌하게 해답을 제시한다. 즉, 삶이 우리에게 주는 혜택을 최대한 누리면서 여유롭고 즐겁게 살아가는 삶, 그것이 바로 저자의 표현대로 『꽤 잘살았다』는 인생이다.
불행에서 행복의 가능성을 엿보고 죽음을 통해 삶의 소중함을 반추하는 그의 조언들은 「인생무상」이나 「덧없음」과는 전혀 다른 깊은 울림과 여운으로 다가온다. 노(老)작가가 인생의 말년에 느끼는 삶과 죽음에 대한 성찰이기에 참으로 새겨들을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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